잊지 못할 그날 이후
청주고등학교 2학년 김상철 2006년 3월 야자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야! 좋은 말할때 따라 와!'
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나지막한 유령소리.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그 형들의 바지주머니에 붙어 자석처럼 끌려갔다.
'벽에 붙어!'
짧고 굵은 이 소리에 나의 머리는 100톤 정도 되는 듯이 너무 무거웠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뻐끔 뻐끔 후' 담배 연기에 숨을 쉴 순 없었지만 똥 오줌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좋은 말로 할때 있는 거 다 꺼내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주머니에 있는 먼지까지 더 꺼냈다.
주머니 속에서 나온 건 천 원짜리 한 장과 백 원짜리 3개, 그리고 손톱에 끼어있는 흙 먼지들.
돈을 꺼낸 순간 내 귀에선 천둥이 울렸고, 볼은 숯불처럼 달아올랐다.
'아가야! 다음부턴 돈 넣고 다녀라!'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이 소리….
바람은 짧게 '휭'하고 지나갔고 나는 석상이 되어 버렸다.
그 후로 나는 꼭 돈을 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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