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데스크 주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2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정출산과 의료 상업화
문 종 극<편집부국장>

한때 우리나라의 산모들이 출산을 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이 같은 원정출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목적은 오로지 태어나는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안겨주는 것이다. 결코 바람직한 모성은 아닌 듯 하나 어쨌든 이때문에 원정출산이라는 신조어가 우리들 귀에 익숙해졌다.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소도시에서 대도시로의 원정출산이 일반화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족해서 빚어지는 출산대란이다. 농촌지역의 임신부가 분만 가능한 병원을 찾아 대도시 병원 부근 호텔에 투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일본의 경우가 우리나라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출산율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는 데도 소규모 산부인과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군단위 지역에 단 한 곳의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전국 산부인과 의원 수는 1798곳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873곳에 비해 4% 가량 줄었다. 이 같은 수치는 체감적이지 않지만 지방의 소도시에 산부인과가 아예 한곳도 없는 곳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실제로 충북지역의 괴산, 단양, 보은군과 충남지역 청양, 태안군에 산부인과가 한곳도 없으며, 전국적으로는 50여개 시·군·구에 이르고 있다. 지역에 산부인과가 유일하게 한 곳 밖에 없는 곳도 전국적으로 20여곳에 이른다. 일본의 출산대란이 한국에 이미 상륙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또한 현재 진료를 하고 있는 산부인과 조차도 분만을 포기하고 부인과 진료에 치중하는 곳이 늘고 있으며, 심한 경우는 아예 미용·성형 쪽으로 진료과목을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충북의 경우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괴산과 보은군에 거주하는 산모는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청주나 대전으로, 단양은 인근 제천이나 충주 등지로 원정을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소규모 산부인과 의원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급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심한 곳은 산부인과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왜일까. 업계에서는 낮은 건강보험수가로 인해 수지타산이 안맞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이 줄을 잇고 일본과 같이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는 '출산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또 다른 각도에서 한 원인을 찾는다면 의료의 상업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지타산에서 적자가 아닌 흑자에서 더 큰폭의 흑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소규모 산부인과와 중소도시의 종합병원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돈이 안되는 산부인과를 아예 없앴거나 축소했다. 더욱이 일부 종합병원급 병원은 진료가 아닌 장례식장 운영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봉직의사가 최근 보건의료노조에 투고한 내용중 한 대목을 소개하면 병상 증축에 따른 병원의 대형화 경향 고가의 의료장비 구입 '러시' 장례식장, 주차장 등 부대사업을 추구하는 병원의 멀티플랙스화를 들면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대 확대한다면 "당장 병원은 지하에 온천장이나 목욕탕, 숙박시설을 만들어 숙박업을 하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시설 공간은 온천, 마사지, 피부미용, 숙박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무늬만 병원'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그는 "한국 의료의 경향을 한마디로 단정 짓자면 '의료의 상업화'라고 우려했다.

의료법 개정이 자칫 돈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다반사로 나올 수 있는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