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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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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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장경제

김승환 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장

1991년, 공산주의의 맹주국가인 구소련이 붕괴됨으로써 인류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세계 2차대전 후 동서 냉전시대가 계속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체제경쟁을 통해 제도의 우월성을 증명해 보이고자 끊임없이 각축을 벌이던 시기였다. 1990년대 들어 이 치열한 경쟁은 자유민주주의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사람들은 인류가 발견해 낸 가장 우수한 제도가 자유민주주의이며, 그 바탕에는 시장경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데에 거의 동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체제경쟁만 없어지면 편안해질 것 같았으나, 시장경쟁이 시작되자 더 힘들고 치열한 전쟁을 경험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점점 깊어가는 빈부의 차에 원망 반 한탄 반이 교차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각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창의력과 기업의욕을 북돋워 경제를 활성화 한다고 배웠는데, 항상 가진 자들의 편인 것 같았다.

소상공인들과 소기업들은 예전에는 가족들이 똘똘뭉쳐 성실하게 일하면 자식 공부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는데, 점점 사업하기가 어려워짐을 피부로 느꼈다. 경영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며 경영의 합리화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친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왠지 크고 돈이 많은 사람들만 살라고 하는 것 같아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최근에는 큰 회사들이 보험료, 휘발유, 원자재 등의 가격을 담합하여 작은 기업과 소비자들을 울린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에 공급하는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작은 기업들이 큰 기업들에 납품하는 부품, 중간제품, 완제품 등의 납품가격은 오르지 않아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가 속병이 도져 도저히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것이 최근 청주·청원 레미콘 업계의 조업중단 사태로 번졌다. 레미콘업계는 필수 원자재인 골재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50%가 오르고 유류비가 인상돼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아우성이다.

청주·청원 레미콘 업계가 대기업 건설사를 상대로 단가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이들 기업들이 납품단가 인하를 계속 고집해 부득이 조업중단을 감행했다고 한다. 잘못 대들었다간 거래관계의 단절이나 주문량의 현저한 감소를 가져오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작은 레미콘 업체들은 큰 일을 저질렀다.

자유경제 체제하에서 갑의 입장에 있는 기업이 이윤을 위해서 을의 입장에 있는 기업에 납품가격의 인하와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시장경제에 맞는 원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시장이 공정한 경쟁여건이 조성된 시장이 아니고, 자금력과 시장지배력이 비대해진 특정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소지가 있다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도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여 왔다. 이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기 위하여 정부가 어느 정도 간섭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항상 있어왔다. 한국경제는 과거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통하여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반면에 자원배분이 대기업에 편중되면서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확대됨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로 일반 국민들의 가슴속에 반 기업, 반 시장경제의 정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성장개발시대의 주역임에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에 지나치게 과잉경쟁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의 법칙'을 빙자한 '정글의 법칙'이 되기 쉽다. 적정한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큰 기업들이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작은 기업들에 과잉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MS) 회장은 하버드대학 연설에서 "정부와 기업이 시장의 힘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주창했다. 그는 이의 실현을 위해 "선택받은 이들이 앞장서 달라"고 요구하고,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불평등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자신을 평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택받은 기업들이 한번쯤은 되새겨볼 만한 의미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흔히 시장경제주의자와 경제개발주체들은 냉철한 머리는 있으되 따뜻한 가슴이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한국경제를 계속 성장시키고 시장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약육강식의 시장법칙을 지나치게 믿는 것 보다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과 같이 하겠다는 따뜻한 시장경제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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