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거리두기
디지털 거리두기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2.23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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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
공진희 부장(진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 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 2012년 5월 20일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디지털 디톡스'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디지털 거리 두기'를 선정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짜증이나 분노를 뜻하는 `코로나 레드(red)'를 다듬은 말로 `코로나 분노'를, 절망감이나 좌절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랙(black)'을 다듬은 말로는 `코로나 절망'을 각각 제안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digital)이라는 단어에 `독을 해소하다'라는 뜻의 디톡스(detox)가 더해져 만들어진 말이다.

현대인이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있어 체내에서 독소나 노폐물을 제거하듯이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멈추고 지친 심신을 바로 잡아보자는 뜻에서 그 개념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단식, 디지털 금식이라고도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77.4%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한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이 무려 35.8%, 스마트폰 이용량이 많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29.4%로 적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무절제하게 사용하면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중독 현상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SNS 사용량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국내 SNS 이용자의 40.1%가 SNS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27%)과 지나친 정보 전달에 따른 번거로움(26.5%)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2020년의 전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소비자 지출 등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몰입과 의존은 정보 공유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길에서조차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Smombie)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정보 홍수 또는 비만이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집단화된 전염병 형태로 발전 되어 이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중독의 폐해가 늘자 디지털 거리두기 관련 상품도 등장했다.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성인 사이트나 특정 게임을 차단할 수 있는 앱, 항균 소재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컴퓨터·스마트폰 화면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특수 안경 등이 나왔다.

디지털 중독을 치료하는 여행 상품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디톡스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 취하기, 스마트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놔두기, 스마트폰 알림 기능 끄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게 보상하기 등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디톡스 함께 할 친구 찾기와 이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리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10분 보내기 등도 소개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불쑥 피어오르는 의문. 나는 진정 스마트폰의 주인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이 나를 길들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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