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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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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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경쟁 기대할 수는 없나
김 영 일 <본보 대표이사 사장>

굴원(屈原, BC 343∼277년)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정치가이자 문장가이다. 학식이 뛰어나 회왕(懷王)때 장관급인 좌도(左徒)란 중책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제(齊)나라와 동맹하여 강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파(合縱派)였으나 그 반대인 연횡파(連衡派)에 밀려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해 왕이 진나라에 가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진나라에 간 왕이 객사하자 장남이 경양왕(頃襄王)으로 즉위하고 막내인 자란(子蘭)이 총리급인 영윤(令尹)이 됐다. 아버지를 객사케 한 장본인인 자란을 비난하다가 모함을 받아 유배를 떠났다. 유배지에서 쓴 어부사(漁父辭)는 중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굴원은 "성인(聖人)은 세상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따라 변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어부의 말에 "상강에 가서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 지언정 어찌 결백한 몸에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고, 이에 어부가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씼??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씼으리??quot;하면서 뱃머리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떠나갔다고 한다.

굴원은 다른 작품인 회사부(懷沙賦)에서 자기가 옳고 세속이 그르다고 한탄하면서 죽어서 이 세상의 유(類모범)가 되고 자살로써 간(諫)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장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했다고 한다. 굴원이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이고 초나라에서는 해마다 이날 굴원을 위하여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단오(端午)가 되었다고 한다.

내일이 단오이다. 전국 각지에서는 음력 5월 5일을 전후하여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대회, 단오굿 등 단오행사가 벌어진다. 이중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강릉단오제는 지난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우리의 단오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다섯을 뜻해 초닷새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백성들은 쑥떡을 만들어 먹는데, 그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생겼다해 '수릿날'이라고도 한다. 우리 고어(古語)에서 '수리'는 '신(神) 또는 최고, 최상'을 뜻하므로 수릿날은 '신의 날'과 '최고의 날'이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정치권은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여권은 대통합이니 소통합이니 하면서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서로 중심에 서고자 야단이다.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신경전이 대단하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둥지를 틀었던 정객들의 탈당 러시로 당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같다. 당지도부는 무기력증에 빠진지 이미 오래다.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이탈하거나 거의 침묵하는 상태다. 마치 개구리가 멀리뛰기 위해 몸을 움추리듯 반응이 거의 없다. 청와대만 나서서 명예훼손 혐의로 야당후보측을 고소하는 등 대항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당의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레이스를 진행중이다. 정치판이 늘 그렇듯 이전투구(泥田鬪狗)현상이 말도 아니다.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당대표 측에서 의혹제기와 반박해명이 이어지고, 서로 상대에게 험집을 내기 위한 정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당지도부의 말발도 먹히지 않는다.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의원 3인의 후보자는 이-박 혈투 뒤에 묻혀 있다.

여기에 더 보태 여권에서도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그리고 공금횡령과 탈세 등 이들 두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또 누가 낙마하고 누가 된다느니,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했다느니 하면서 지도부와 중진들까지 나서서 입방아다. 자기네 후보자를 뽑기 위한 판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이 붙어 있는 남의 판에 끼어들어 기름을 부어대고 있다. 점잖은 언행은 아니다.

굴원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무어라 말할까. 또 어부사 속의 어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깊은 상념에 잠겨본다. 12월 19일을 '최고의 날'로 만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정치권 모두가 나서서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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