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전통시장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1.26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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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빙상장으로 변한 논에서 친구가 스케이트를 탔다. 외삼촌의 지도를 받아 빙판에서 얼음을 지치는 그 친구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썰매가 전부이던 그 시절, 그는 학생신분으로 스케이트를 신는 동네 유일의 존재이기도 했다.

읍내 전 물길을 만들어 유료로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에서도 친구의 실력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

친구가 스케이트를 신을 때면 동네 형들도 도와주었다. 어느 날 빙상장에서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나도 저 안에서 그들처럼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욕망이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그 불꽃이 남아 있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동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장 구경 가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날은 마침 5일장과 일요일이 겹쳤다. 읍내 갈 일이 생기면 택시를 불러 타고 가던 아버지가 이 날은 동네 아저씨와 걸어서 장터로 향했다. 아버지 뒤를 따라가며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오늘은 말씀드려야지. 꼭 말씀드릴 거야' 어린애와의 대화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어른들이 당신들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십리 길을 걸어 읍내에 도착했다.

`바로 지금이야'하며 심호흡을 한 뒤 가슴 속에 꼬깃꼬깃 접어 두었던 이야기를 토해냈다. `아부지, 스케이트 정말 갖고 싶어요'

돈 만지는 재미보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한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정이 오가는 공간이다. 딱히 사거나 팔 물건이 없으면서도 왜 장날이면 읍내 장으로 나서는지 궁금해하는 어린애에게 동네 아저씨는 `장날은 촌놈 잔칫날이여'하며 허허 웃으셨다.

그 아저씨 나이가 되어 다시 찾은 오일장. 오후 세 시를 넘긴 시간에도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단골손님이 제 집 드나들 듯 가게문을 열고 들어와 지난 장에 주문한 물건을 넘겨받아 가게 문을 나선다. 콩과 배추를 비롯해 시금치 등 나물을 팔러 나오신 할머니가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기며 파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 아주머니가 다가와 나물가격을 묻는다. 흥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물건을 건네받아 돌아서는 손님의 장바구니에 할머니가 나물 한 움큼을 덤으로 얹어 준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와 각종 편의시설 등에 떠밀려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가 겹치면서 시장상인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자 진천군이 전통시장 사용료 50% 인하에 나서며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페이스북을 활용해 시장과 점포소개, 버스킹 공연, 생활정보 안내에 나서는 전통축제를 비롯해 젊은 계층의 이용을 유도하고 상인과 고객 사이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형 문화장터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요 사이마켓도 기획했다.

또한 배송도우미사업과 진천사랑상품권 유통확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고정비용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상인동아리 지원과 상인교육을 통해 자생력 강화도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 전통시장은 비대면 소비라는 소비행태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화로 영업방식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정부는 전통시장도 온라인 배송과 라이브 커머스 등 비대면 거래 방식 도입 지원, 간편결제 확산 등 변화와 혁신을 통해 스마트한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의 편의성에 아날로그 감성을 녹여 내기는 쉽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만 하는 그 길을 우리 이웃들이 걷고 있다. 그 여정이 외롭지 않도록 격려와 응원의 손을 내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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