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로연수제도 손볼때 됐다
공무원 공로연수제도 손볼때 됐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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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연초 공무원 공로연수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93년 도입된 공로연수는 지방자치단체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출근하지 않고 사회적응을 위한 준비기간을 주는 제도다. 오랜 공직 생활을 한 공직자에 대한 예우의 뜻이 담긴 제도다.

하지만 현행 공로연수는 애초 취지는 사라지고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도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또 다른 특혜라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충남도가 지난해 6월 인사위원회에서 공무원 공로연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할 당시 양승조 충남지사는 “국민들이 공무원 공로연수에 대해 세세히 알면 화를 낼 것”이라며 폐지당위성을 설명했다.

도대체 양 지사가 말한 공로연수의 문제점은 뭘까. 출근조차 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매년 어마어마한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로연수자는 퇴직 6개월~1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 인건비만 수령한다. 개인별로 호봉과 직급 등이 달라 수령액은 제각각이지만, 월평균 수령액은 400만~4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은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를 6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자원봉사, 멘토활동 등 사회공헌활동도 20시간 이상 해야 한다. 이를 제외하면 공로연수기간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다.

본인 희망에 따라 각종 연수기관의 연수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나, 선택사항일 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소상공인이나 하루아침에 무급휴가를 떠나게 된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불합리한 제도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로 신분보장을 받는 공무원은 사기업 임·직원들이 불황 때마다 겪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비켜나 있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충북도의 최근 5년간 공로연수자 수는 매년 28~47명 수준이다. 연간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충북교육청과 시·군, 지방공기업에서도 공로연수제도는 운영된다. 이를 감안하면 소요예산은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2016년 기준 전국 지자체 공무원의 공로연수비용이 15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세수 부족에 허덕인다는 지자체가 이런 곳에 돈을 펑펑 쓰고 있으니 과연 어느 일반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충남도는 당장 올해부터 공직자 공로연수기간을 6개월로 줄이고, 오는 2023년에는 전면 폐지키로 했다. 일부 부정적인 결과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방향성이 옳다.

공로연수제를 없애면 인사적체가 심화돼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게 된다는 지자체 등의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인사적체 해소라는 공직사회의 내부 편의와 사기진작을 위해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로연수로 승진기회를 박탈당하는 당사자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공로연수 보내려는 지자체와 이를 거부하는 공무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럴 바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리대로 절차에 따라 승진하고 퇴직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충북도도 이시종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로연수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청 내부에선 크게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들이 솔선해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는커녕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면 도민들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도민의 심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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