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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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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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호텔업계의 명암(明暗)
한인섭<사회문화체육부장>

청주관광호텔과 로얄관광 호텔 등 지역의 대표적 업소들이 잇따라 휴업에 들어가는 등 '쇠락의 길'을 걷고있는 것에 대한 관광업계의 시각은 몇 가지로 갈린다.

우선 객실 규모만 328개에 달하는 특1급 청주 라마다호텔 개장이 가져올 파장과 업계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또 따른 측면에서는 특1급 호텔이 나름의 마케팅 영역을 두지 않고 '저가시장'에까지 손을 뻗혀 결국 약자를 '휴업'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한가지 더 보탠다면 지난 20∼30년간 청주라는 중소도시 수준에서는 일정한 품격을 갖춘 업소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부침(浮沈)'을 바라보는 아쉬움과 '호텔까지 문을 닫을 지경인가'라는 약간의 놀라움도 있을 것 같다.

지난 87년 청주관광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지역에서의 위상은 말 그대로 '1급 호텔'이었다. 당시 이들 업소를 보는 시각은 지난해 개장한 특급 호텔만한 품격으로 비춰졌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특급 호텔은 고사하고, 새로 지은 웬만한 여관보다도 못한 시설로 영업을 했어야 했냐는 따가운 시각이 있었다. 연회장 등 부대시설 역시 곳곳에 생긴 웨딩홀, 컨벤션 등의 시설보다 열악한 조건들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명색이 1급 호텔이다보니 객실료나 부대시설 이용료는 그대로 유지해야했으니 그동안 버텼던 게 용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호텔이라는 허울만 보고 '상품'을 선택하지않는 것이 소비자 구매 패턴이다 보니 투자를 하지않는 시설에 발길을 돌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소비자들의 '눈'은 늘 새로운 것을 향하지만 '늘 그 타령'이다보니 '자업자득'인 셈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들의 쇠락은 '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또 한차례 환기시켜줬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에 머물 수도 있다.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을 호텔들의 입장에서는 대형 호텔을 향해 대놓고 성토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볼멘소리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휴업에 이르게 된 원인을 우선 자신들의 문제에서 찾지만 대형 호텔에 대한 불만이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다.

특 1급 대형호텔답게 마케팅을 구사해온 것이 아니라 중소 호텔 수준의 가격정책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빼앗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소 규모 업소들도 먹고 살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줬어야하지않냐는 것인데 '장사꾼'에게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덕목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해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 몇해 전만 해도 특급호텔 확보가 자치단체는 물론 관광업계의 '지상 과제'였고, 60만에 불과한 도시에 328실이라는 대규모 호텔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장삿속'만으로는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게 관광업계의 일반적 평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볼멘소리'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호텔업계의 사정이 여기까지 오자 충북도나 청주시 등 자치단체 역할론에 대한 질타가 빠지지 않는다.

"특급호텔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막상 문을 여니 이젠 '뒷짐'아니냐는 관광업계의 시각이 그것 이다.

이런 사정이 작용해 특급호텔은 수지를 맞추려다 보니 중소 호텔 '손'에 들렸던 '파이'까지 낚아 챌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고, 그 여파에 중소 호텔들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관광업계의 분석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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