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한달전 경찰신고 보니…"혼자서 못걸어"
'정인이' 사망 한달전 경찰신고 보니…"혼자서 못걸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1.06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현영, 지난해 9월 마지막 신고 녹취록 공개
신고 의사 "어린이집 원장이 부모 몰래 데려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나빠서 왔다고"

아동보호기관, 신고 후 조사했지만 분리 안 해

"입양모가 '입안 염증' 진술, 2차 진료도 동일"

20여일 후 정인이 사망, 응급실서 학대 재신고



'정인이'가 사망하기 약 20일 전 경찰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어린이집 원장이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라며 입양부모 몰래 병원 진료까지 받으며 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졌던 정황이 밝혀지면서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6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경찰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9월23일 낮 12시께 소아과 의사 A씨는 경찰에 정인이 관련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2분58초 동안 진행된 당시 A씨와 경찰 간 통화는 학대를 의심한 어린이집 원장이 입양부모 몰래 병원 진료를 본 후 돌아간 정황이 담겨 있다.



A씨는 경찰에게 신고를 하면서 "아동학대가 의심되서 몇 번 신고가 들어간 아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데리고 온 원장님이 보시기에 영양 상태가 너무 안 좋고, 원래 간혹 멍들어서 오고 그랬던 아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한 두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이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아마 경찰이랑 이렇게 아동보호기관에서 몇 번 출동을 했던 아이라고 하더라"면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담당 상담원이 아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25일과 6월29일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있었으며, 경찰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조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이미 공유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의 신고로 나온 서울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련 조사에서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는 "아동 입안에 염증이 난 상황으로 이유식 및 물 섭취를 하기 어려웠고, 이에 대한 체중감소일 뿐 다른 상황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기관 관계자는 신고 이틀 뒤인 같은달 25일 다른 병원에서 정인이 추가 진료에 동행한 후 당시 의사가 '아동 입안 상처가 좋아져 아동이 잘 먹는다면 추가 진료는 필요없다'는 소견을 내자, 아동학대 혐의없음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로부터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해 10월13일 정인이는 사망했다. 사망 당일 정인이가 있던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는 다시 한번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응급실 의사는 "신원미상의 16개월 아이가 심장 정지로 응급실에 내원했다"면서 "약간 아동학대가 의심이 돼 신고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정인이를 둘러싼 수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에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면서, 경찰 등 유관기관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사건으로 서울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은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부실 처리한 의혹으로 '주의'나 '경고' 등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지난 5일에는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들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국민청원 글이 하루 만에 20만 동의를 받아 답변 정족수를 채우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9일 장모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의 남편 B씨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