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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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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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청소아주머니와 민주화운동 20년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前 사무처장>

50대 두 아주머니가 울고 있다.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아이보다도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울고 있다. 해고(이들에게 해고란 사실없다. 비정규직이란 신인류에겐 '계약만료'만 있다.) 통보를 받고나서 그저, 어떻게든 일하게 해달라는게 전부인데, 그래서 폼나게 국회의원과 기자회견 하기로 했던날 그녀들은 결코 폼나지 못했다.

청주대학교는 정문은 언덕길이다. 20년전 아니 십수년 전만해도 그 언덕길위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 한손에는 돌멩이를 들고, 독재타도 깃발을 들고서 언덕아래 교문을 막아선 전경들을 향해 학생들이 언덕아래로 쏟아져 나왔겠지.

그런 청주대학교 풍경이 가물가물해지는 만큼 시간이 흘렀다. 청주대학교 청소 아주머니들이 교문을 지나 그 언덕길을 올라서는데, 학생들이 내려온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을 막아선다.

"너네들 왜 나왔니"하고 물어도 대답을 안한다. "왜 막니!" 그래도 대답을 안한다. "이럼 안된다. 우린 너희들 어머니일지도 몰라"하니 학생들이 움찔거린다. 그 옆에서 어떤 교수(나중에 교수로 알았다. 처음엔 용역경비 직원인줄 알았지만)가 뭐라하고, 다시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아주머니들을 막았다. 결국 사고가 났다. 왜 나온지도, 자기가 하는 것들이 뭔지도 모르는 한 학생이 아주머니를 밀쳤고, 50대 후반의 한 아주머니가 뒤로 넘어졌다.

87년 6월, 그 폭풍같은 그 유월이 지난 뒤 7월, 8월, 9월 노동자들은 축제였다. 새마을 운동식 군대같은 규율이 지배하던 공장들의 기계가 멈춰섰다. '임금100%인상, 악질관리자 퇴직' 같은 수십년간 봉쇄됐던 그런 함성들만이 공장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소리였다. 그렇게 87년의 민주화항쟁의 그 불꽃은 노동자들의 가슴을 태웠고, 노동자들의 살림살이에 난로처럼 다가왔다.

청주대 청소아주머니들은 바보다. 20년 전에도 그 암흑과도 같았던 그 시기에도 임금인상 100%, 아니 200% 인상을 외쳤는데, 임금인상 목소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오로지, "용역이라도 좋으니 일만하게 해주세요" 이다. 20년 전의 그때 학생들이 밀고나왔던 청주대학교 그 언덕길에서 거꾸로, 학생들에게 길이 막혀버리고, 그 자리에서 울기만 하는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 그녀들은 바보다.

진짜 바보는 우리다. 87년의 주역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됐는데도, 그때보다 더 서럽게 울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있는데, 그 금배지들과 87년을 기념하는게 전부인 우리들이 진짜 바보다.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민주주의가 진척되었다고 그들과 함께 기념만 하는 우리가 진짜 바보다. 비정규직의 '87년대투쟁'을 못 만드는 우리가 진짜 바보다. 청주대, 그 아버지의 비리를 끝내지 못하고, 그 아들로의 왕위세습을 막지도 못하고, 그녀들을 울게만드는 우리가 진짜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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