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도시 된 명동 거리
유령 도시 된 명동 거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12.14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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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 (천안)
이재경 국장 (천안)

 

자영업자들도 힘들지만 건물주도 힘들다. 한 부동산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50대 남성이라고 밝히며 이런 사연을 올렸다. “퇴직 후 평생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끼고 지난해 말 서울 강북의 한 대학가 근처에 점포 5개짜리 3층 상가 건물을 지었다. 건물을 준공하고 세를 놓으려던 차에 연초에 갑자기 코로나19가 닥치면서 건물 상가가 모두 공실이 됐다. 하는 수 없이 1층에서 아내와 김밥집을 차려 장사를 하고 있으나 매달 내야 하는 은행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해 건물이 경매될 위기에 처했다.”

이 글이 올려지자 공감한다는 댓글이 꽤 많이 올라왔다. 자신도 건물주라고 밝힌 B씨는 “임차인이 지난여름에 장사를 접겠다고 하며 보증금을 빼달라고 하는데 은행에서 대출이 막혀 아직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며 “권리금까지 포기하고 장사를 그만 두겠다는 세입자 부부에게 너무 미안해 지금도 사방에 돈을 융통하려 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서울 주요 상권의 1㎡당 임대업자 순영업 소득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명동 상권의 경우 올해 3분기 순영업 소득은 13만9600원으로 전분기 37만4300원에 비해 62.7% 급감했다. 연면적 330㎡(구 100평) 건물을 기준으로 임대 순소득이 한 분기 만에 1억2352만원(월 4117만원)에서 4606만원(월 1530만원)으로 감소했다는 의미다.

역시 3분기 기준 명동 상권의 상가 투자 수익률도 1.04%로 전 분기 대비 0.35%포인트로 쪼그라 들었다.

이태원의 경우도 2분기 순영업 소득이 1㎡당 10만9000원이었으나 3분기에는 5만원으로, 도산대로 상권은 8만원에서 2만7000원으로 66% 급감했다.

상가 공실률도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1.5%였던 서울 종로 상권의 공실률은 3분기에 10.2%로 7배가, 2.1%였던 충무로는 10.9%로 5배로 급증했다.

서울에선 명동과 이태원 상권이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 상권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올해 초 공실률이 0%에서 3분기에 28.5%로 치솟았으며, 이태원 역시 0%에서 30.3%로 나타났다. 명동과 이태원 상권에서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서울이 이럴진대 코로나19 이전부터도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방은 오죽할까. 조물주 위에 `계신' 건물주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최근의 상황은 더 악화일로다.

임차인인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지면서 건물의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건물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전국 각급 법원에는 상가 건물들이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첫 입찰에서 새 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유찰이 되어 2차, 3차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임대인, 즉 건물주에게 닥쳐온 유례없는 상황은 중산층의 붕괴라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경고음을 울려주고 있다. 14일 한 경제전문방송사는 뉴스의 헤드라인을 `3단계 셧다운과 유령 거리 된 명동'이라고 뽑았다. 지난해까지 늘 인산인해를 이뤘던 명동 거리가 이같이 을씨년스럽게 변모할 것을 누가 예견했을까.

영원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도심 속 중심 상권의 붕괴. 내수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중산층에 닥친 위기 상황이라는 점에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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