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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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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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 두꺼비의 이상 증세
박 완 희 사무국장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이른 아침 원흥이방죽은 주변 공사현장 작업소리로 정적을 깬다. 공사현장 한가운데 있는 원흥이방죽. 물과 나무가 있는 공간에서는 자연의 생명력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흰뺨검둥오리 부부는 11마리의 애기 오리를 이곳 원흥이방죽에서 무사히 부화시켜냈다. 노랑할미새도 원흥이방죽을 산란지로 정해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인다. 다 사라졌을 것 같던 창포와 줄도 새롭게 고개를 내밀며 원흥이 방죽의 푸르름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원흥이 두꺼비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녹색실험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올챙이에서 애기두꺼비로 변태하는 시기에 올챙이의 몸통이 퉁퉁 부풀어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올해 두꺼비의 산란은 예전부터 산란을 했던 원흥이방죽 안쪽과 느티나무 아래 새로이 조성된 인공습지에서 이루어졌다. 원흥이방죽 산란지에서 두꺼비의 이상증세가 먼저 발생하였으나 구룡산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인공습지에서 산란한 두꺼비 올챙이들은 거의 80%에 가까운 많은 개체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올해 산란한 전체 두꺼비 올챙이의 약 5% 정도가 이상증세를 보인 것이다.

이상 증세 발생 직후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수질과 토양에 대한 오염분석을 충청북도보건환경연구원과 충북대학교에 의뢰하였다. 그 결과 원흥이방죽은 토양과 수질이 대부분 지난해 조사결과보다 좋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여름 원흥이방죽 바닥 준설과 자연정화공법 가동으로 인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인공습지에서는 납, 카드뮴, 비소 등 맹독성 중금속이 물속에 녹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국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줄어들고 물속의 중금속 양이 늘어났다는 것은 외부에서 중금속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꺼비의 이상 증세와 수질조사 결과에 대해 국내 양서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이런 사례는 아직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외국 사례 등을 통해 이상증세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규명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콘크리트와 방부목에 의한 두꺼비 올챙이의 이상증세 반응여부, 조직검사와 배양을 통한 양서류 질병의 감염여부, 유전자 분석을 통한 원인분석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원흥이방죽 느티나무 아래에 실험 수조를 만들고 두꺼비 올챙이들의 반응 여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원인이 밝혀지면 관계기관과 지역주민, 시민사회 등과 대대적인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양서류, 특히 두꺼비에 대한 연구조사가 미천함을 알 수 있었다. 양서류 생태계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다보니 그들에 대한 보전방안, 특히 도시에서 양서류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곳 원흥이에서의 두꺼비와의 공존 또한 그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양서류, 특히 두꺼비가 환경지표종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사람들의 몸으로는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환경변화를 두꺼비들은 몸으로 느낀다. 결국 두꺼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사람들이 살기에도 가장 좋은 환경임을,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환경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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