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論
時 論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11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직과 지배이데올로기
이 인 선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중의 한명인 심상정 의원이 청주대에서 학생들의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연회는 학교측의 방해, 아니 김윤배 총장의 지시로 무산되었다. 기자회견마저 전투경찰과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의 두터운 저지선 앞에서 이루어졌다. 회견장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짧은 머리의 덩치들이 겹겹이 출입을 막고 있었다. 학교측 총무팀직원은 '절대 들어갈 수 없다'며 회견시작과 동시에 현수막 앞으로 몸을 날렸고 책임자와의 대화요구에는 전투경찰들까지 막아섰다. 당일 예정된 강연의 제목은 '노동강좌'였고, '비정규노동법안의 문제점과 해법'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예비노동자들인 학생들은 졸업이후 취업과 구직과정에서 부딪힐 문제이며, 사회과학도에게는 더더욱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인 '비정규노동'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인 것이다. 이것이 '학생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강좌냐'는 담당교수님의 발언은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인지 의심스러웠다. '정치색과 종교색이 짙은 행사는 교내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은 차라리 "민주노동당 같은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이 학생들과 관련지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소리가 정직할 것이다. 5월29일 홍재형 국회의원이 '한·미 FTA 따라잡기'란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청주대 경영연구소가 마련한 'FTA체결에 따른 경쟁전략 세미나' 가운데 하나였다. 5월9일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명사초청 특별강좌의 강연자로 "정동영의 평화시장론'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학교소식란에 올라간 정동영씨의 소개글이다. "이번 강연은 특히 정 전 장관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이 표면위로 부상한 뒤 갖는 첫 강연이라는 점에서 정 전 장관이 향후 진로 설정과 관련된 의사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는 말과 함께 학력과 경력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정치색이 짙은 행사는 초청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 운운하는 글은 또 뭔가. 학생들과는 무슨 관련이 있기에 초청하였는가. 학교측 이야기대로라면, 민주노동당의 노동강좌는 정치색이 짙어서 교육적으로 학생들에게 유용하지않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사회의 모든 현상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치들을 섭렵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며 자발적인 탐구과정을 통해 정치적 정향을 갖는 정치사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이 배제되고 통치이념만이 용인 되어서는 올바르지도 유익하지도 않다.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동자의 60%의 임금을 받고 2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노동자가 되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언제까지 환상을 심을 수 있을까. 청소라는 필수업무에 투여되는 74만원의 인건비는 아까워하면서 17억원하는 하루행사의 기름진 고기와 달콤한 포도주의 향연에 분노하지 않도록 길들이는 이데올로기에 전율한다.

그 이념을 전파하고 기획하는 무리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정치사회화를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노동자인 어머니에게 발길질을 하는 비정규 경비용역아들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