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체 조업중단사태 무엇을 남겼나 … <3>
레미콘 업체 조업중단사태 무엇을 남겼나 … <3>
  • 고영진 기자
  • 승인 2007.06.11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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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건설사 횡포 드러나
'표준계약서' 지자체 제출 법제화 필요

지난 5일간의 '조업중단'으로 이 지역 레미콘 업계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역 레미콘 업계는 대형 건설사들의 가격경쟁 유도에 의한 채산성 악화 등 나름 대로의 어려운 점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조업중단 3일 만에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가격을 올려줄 테니 물량을 공급해 달라"는 협상안을 끌어냈다.

레미콘 업계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보다 항상 상대적으로 약자였던 레미콘 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단한 자존심을 굽히게 만든 것이다.

또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주장했던 "대기업 건설사들의 횡포"가 무엇인지 구체적 사실을 세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몇몇 대형 건설사들이 레미콘 가격이 현실적으로 낮은 가격임을 인정하고 납품단가 인상을 약속한 후 물량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약속한 건설사의 현장만을 선별해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의 자구책인 '선별공급'이 건설사들의 '선별수급'을 야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역 레미콘 업계가 납품가 인상을 약속한 건설사의 현장만을 선별해 물량을 공급하자, 일부 건설사들이 지역 레미콘 업체에 물량을 발주하지 않고 있다.

이 건설사들은 이번 조업중단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대형 레미콘 업체들의 물량만을 '선별수급'해 사용하고 있어 건설업계와 지역 레미콘 업계 간의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자칫, 건설사 주도로 인해 레미콘 업계가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는 대형 레미콘 업체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대기업 건설사들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와함께 그동안 지역 레미콘 업체들과 시장을 나눠먹던 대형 업체들이 자신들의 영업 역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암묵적인 묵인하에 레미콘 업계의 재편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지역 레미콘 업체들이 대형업체로 인수되거나 파산하기 쉽다.

레미콘 업계의 조직적 조업중단에 대한 건설사들의 보복성 조치로써 상당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레미콘도 다른 제품처럼 기준가격이 정해져 있으나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건설사가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레미콘 업체들이 먼저 '견적서'를 가지고 건설사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가 잘못된 관행의 시발점이다. 업체들은 자신들이 레미콘을 공급하기 위해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견적서'를 작성해 건설사에 제출한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레미콘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이렇게 작성된 '견적서'를 가지고 거래하고 있다.

이번 조업중단의 원인이 시멘트 가격 상승과 골재수급의 어려움 때문이었으나 이러한 외부변동요인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약서'가 없어 건설사들이 요구를 들어 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레미콘 업체들과 건설사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거래하는 관행이 이번 조업중단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이유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간에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법제화하고 지자체는 이를 반드시 착공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정규모 이상의 건설공사가 입찰 참여자들 중 최고가와 최저가의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에게 낙찰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레미콘 등 주요 건설자재에도 이의 반영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나 여러 객체가 사용하는 집합건물은 공공시설이자 사회기반시설"이라며 "민간업체 공사라도 공공성을 띠고 있는 건축물에 들어가는 자재는 조달입찰처럼 적정가격으로 납품하도록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견실시공을 위해 건설사 자체적으로 자재에 대해 점검하고 있지만, 강제성 있는 정부기준이 마련돼야 가격에 맞는 양질의 자재가 공급될 것"이라며 "모든 건설자재에 대해 등급과 기준을 정하고 계약대로 진행되는지를 파악해 건축허가 유무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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