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ZOOM) 피로 증후군
줌(ZOOM) 피로 증후군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11.2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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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과 영상으로 대화하는 것 중 어느 것에 에너지가 더 소모될까?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는 교육에서의 화상수업·회의 시스템이 우리 아이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가?



#줌(ZOOM) 피로

연구결과에 의하면 화상대화가 대면 대화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다. 화상대화 시 더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톤과 음색, 몸짓 언어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이해하기 위해 더 예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 대화하며 비언어적 행동이 대화에서 오가는 정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생각지도 않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도 하고, 상대방 미간에서 살짝 접히는 근육 하나로 반쯤 꺼냈던 말을 슬그머니 삼키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큰 능력 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표정에 반응하는 속도이다. 0.025초 만에 상대의 표정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여 반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상 대화에서는 대화 상대의 섬세한 얼굴 근육 변화를 제대로 그리고 재빠르게 알아차리는데 한계가 있다.

화상대화 시스템인 줌(ZOOM)이 인기인 요즘, 서구의 학술지와 신문에서는 `줌 피로가 두뇌에 가하는 충격', `줌은 왜 끔찍한가(why zoom is terrible?)'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이 글을 쓴 학자들은 화상대화를 통한 소통이 두뇌와 심리상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줌 피로도 줄이기

줌을 이용한 화상 연수에 6번 정도 참가하였는데 공통적으로 강사들의 말이 굉장히 빠르고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연수를 시작하면서는 질문 시간을 많이 갖겠다고 해놓고 정작 일방적인 강의로 끝났다. 평소 대면 강의에서 그 강사는 전혀 그런 분이 아니었다. 이유는 `침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면대면 대화나 강의에서는 침묵과 기다림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영상대화나 회의에서 침묵의 순간이 오면,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표정을 정확하게 볼 수 없으니 침묵의 시간이 두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강사는 의무감에서라도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화상회의 전문가들은 시작 전에 예열 시간을 가질 것도 제안한다. 참가자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시간 등을 가짐으로 서로 간의 유대감을 맺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스크린을 바로 앞이 아닌 옆에 두는 것은 특히 단체 회의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옆방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줌 피로감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줌 피로증후군 없는 학교

지금은 불가피하게 원격 화상 수업 시스템을 이용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원격 화상수업을 늘려갈 때 아동과 청소년들이 공감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공감능력은 소통능력과 뗄 수 없으며,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 그래서 북유럽의 교육 선진국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모든 관공서와 상점이 문을 닫아도 학교만은 대면수업을 유지하려고 애쓰는지 모른다. 필자가 있는 학교는 전교생 62명인 작은 학교이다, 2020년 1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 문을 닫지 않았다. 코르나19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의 상호신뢰와 노력으로 대면수업 수업을 이어왔다. 물론 원격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원격 화상수업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좀 무모한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했다. 어쩌면 지금 감염병 펜데믹 시대의 대안인지 모르겠다. 작은 학교가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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