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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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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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공존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흔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와의 싸움을 빗대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과의 경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재래시장은 다윗처럼 뛰어난 돌팔매질 실력을 갖고 있지 못하며, 대형마트는 골리앗보다도 훨씬 거대한 존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거대자본과 첨단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대형마트를 상대로 경쟁하라는 것은 영세상인 스스로 고사(枯死)하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의 법칙 밖에 없다면, 그것은 동물의 세계이지 인간사회가 아니잖습니까 적어도 영세상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는 남겨줘야 합니다.

모든 운동경기에 규칙(Rule)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체급을 정해 비슷한 상대끼리 겨루게 하는 것처럼 공존이 가능한 룰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 5월29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대형마트 및 슈퍼슈퍼마켓(SSM) 확산저지를 위한 전국 소상공인 궐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집회대열 한가운데에 앉아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한 노인, 그는 청주에서 20년째 30평 크기의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원종오씨(60)로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그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 현재 3000개의 슈퍼마켓 중 1년에 200∼300개의 중소 슈퍼마켓이 문을 닫고 있다. IMF 시절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해 이제는 그때의 절반이다.

슈퍼마켓이 들어오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재벌기업들의 슈퍼슈퍼마켓이 동네마다 파고들고 있습니다. 2005년 소매업매출액이 157조1천억원인데, 재래시장은 8.7% 감소, 대형소매점 7.9% 증가했습니다. 대형마트는 12% 증가했는데, 이는 130개 재래시장 매출을 대형마트가 뺏어먹은 것입니다.

최근 충주출신 이시종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품목과 영업시간을 일부 제한함으로써 무한정 승자독식(勝者獨食)을 억제하고 재래시장 중소상인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보자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심상정, 이상민, 김영춘의원 등이 유사한 내용의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계류된 바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거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을 왜곡하는 억지요, 떼쓰기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보호와 편익증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산자부는 대형마트 허가제나 영업규제는 시장제한을 금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에 위배된다고 반대합니다.

그러나 외국의 대규모점포 규제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탈리아는 1500이상 점포 지방정부 허가제 운영 등 제한규정과 일요일 영업 불허, 주중 영업 오전9시∼오후 8시(하절기 9시)까지 제한하는 Law 426을 시행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전용면적 1000 혹은 연면적 2000이상의 시설은 허가시설이고, 지역계획위원회지역대표자지역소비자연합회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통과, 일요일 영업금지 등 Loi Royer법을 시행하면서 실업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또한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 시행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면 재래시장을 찾고, 서민경제와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정치인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생색내기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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