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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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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준비된 재판'을 하자
신 용 석<청주지법 제천지원장>

우리가 사회생활을 함에는 여러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의 경우 그 약속 내용을 세세하고 분명하게 문서로 쓴다면 나중에 다툼이 발생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근대 사법제도를 받아 들인지 벌써 1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물론, 중요 재산인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매계약서를 쓰지 않는 사람마저 있는 것이 법창(法窓)에 비치는 우리 법문화(法文化)의 현주소다.

법적 분쟁은 결국 법원에 대해 그 판단을 구하는데, '뒷간에 갈 적 다르고 나올적 다르다'는 우리 속담이 어찌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같은 것을 경험한 양쪽 당사자들끼리 법원에서의 주장은 많이도 다르다. 계약서로 내용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썼으면 간단할 일을 복잡하게도 주장한다. 재판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진실을 발견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분쟁에 대해 '어떻게 하면 빠르게 그리고 적당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인가'하는 제도적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 결론으로 민사재판에서는 2001년부터 전국 법원에서 민사사건관리의 '신 모델'에 따라 재판을 하였는데, 이는 민사소송법에 그대로 반영되어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민사재판'을 제도적으로 설명하자면 복잡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준비된 재판'을 하자는 것이다. 분쟁이 발생했으면 관련된 서류 등 증거를 잘 정리하고 준비한 후 소장(訴狀)을 제출하고, 상대방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답변서를 제출하면 법정에 출석하기 이전에 '서로 무엇을 다투는지, 그에 대한 증거는 무엇이 있는지' 미리미리 정리해 제출하고 증거신청을 해 '쟁점'을 준비한 후 법정에 1번만 출석해 '집중 증거조사'로 빠르고 올바른 재판을 하자는 것이다.

민사재판에서 이렇게 주장을 하고 증거를 준비하는 것은 모두 당사자들의 몫이다.

이는 우리 민사재판의 대원칙인 '변론주의'를 말하는데, '동네사람들이 모두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하여도 당사자가 준비하지 아니하면 패소할 수도 있는 것이 민사재판인 것이다. 변호사가 준비하지 않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당사자 본인이 직접 재판을 하겠다고 나서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법원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판사를 비롯한 법원은 법정에 들어가지 않는 내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재판 당사자도 '준비'를 해 이제 민사소송법의 절차 그대로 재판이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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