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던 날
군대 가던 날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9.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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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짧게 밀고 온 머리가 낯설지만 한편 늠름하다. 아기 때부터 베개를 여러 가지로 사용하면서 이리저리 돌려 재워 머리를 동그랗게 만드느라 애를 썼다. 남자는 군대 갈 때 두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일러 준 삐딱 머리 아빠 덕이다.

`이등병의 편지' 노래 가사처럼 아빠가 군대 가던 날은 부모님께 큰절하고 혼자 갔다고 한다. 그 당시는 주로 기차를 많이 이용하였는데, 지금은 자기용을 많이 이용하니 주소만 달랑 알려준다. 대중교통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부모님이 데려다 주지 못하는 입영 장정은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쉬지 않고 가도 3시간 30분을 가야 하는 거리. 강원도 삼척까지 가야 한다. 아침 일찍 나섰다. 차에서 더 자라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가 보다. 처음엔 여유 있게 농담도 하더니 점점 다가올수록 아빠에게 운전을 천천히 하라고 한다. 점심도 몇 숟가락 못 뜨고 사이다만 들이킨다. 코로나 19 때문에 훈련소 구경도 못 하고 입구에서 급하게 헤어져야만 했다.

한번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르게 자던 아들이 입영 날짜가 다가올수록 매일 밤 별의별 꿈을 다 꾼다고 하였다. 자유롭게 살다가 통제되는 낯선 환경에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매이며 사는 것을 그 누가 반길까마는,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숙명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에 간 것을 스스로 만족해하고 후배들에게도 추천하던 큰아들이 고3 때 처음으로 후회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조건이 좀 나은 업체는 여학생만 뽑는다는데 남자는 중간에 군대에 가기 때문이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일이지만, 사업체로서는 일을 가르쳐놓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하니 공백이 생겨서 뽑지 않는 것이다. 남자들은 군대 문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해서 재수하는 남자아이들도 여러 가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해도 군대라는 큰 숙제가 있어 취업도 여자보다 늦어지고 미래 계획을 짜는데도 변수가 생긴다. 그런 데도 있던 가산점마저 없어졌다.

군대 조건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아빠가 군대 다니던 시절은 2년 6개월에 월급도 3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년 6개월에 급여도 40만 원 이상이다. 침대 생활을 하고 피자도 배달시켜 먹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편해지고 복지가 좋아졌다고 해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자유도 없는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데 선택의 자유를 준다면 가겠는가?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 차별이 있었고,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 차별은 사회가 극복하고 변해가야 하는 모습이다. 군대 문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자로 태어났기에 주어지는 의무이므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를 모병제로 만들어서 지원 군인으로 구성을 하던지, 여성도 입영 기간만큼 사회적 의무복무 기간을 두던지, 아니면 적게나마 가산점이라도 부여해야 국민으로 평등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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