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
  • 이명순 수필가
  • 승인 2020.09.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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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수필가
이명순 수필가

 

코로나19는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하게 된 불청객이었다.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이리 장기전으로 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소리없는 전쟁 중이다. 초여름만 해도 끝날 듯 보였지만 8월 서울 집회 이후로 다시 확진자가 늘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더니 아직도 확산 중이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은 예방 백신이 빨리 개발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도 백신 개발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 가운데 우리네 일상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변해가고 있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되어 외출 시에는 무조건 써야 하고 사람들과의 대면이 어려워졌다. 식당이나 주변 가게에 가는 것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젠 누굴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이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사람들 간에 거리가 생길 것이고 주변에 확진자가 생긴다면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사회가 될까 두렵기도 하다. 언제 어디에서 확진자를 접촉할 일이 생길지 모르고 내가 확진자가 되어 타인에게 불행을 안겨 줄 수도 있으니 매사에 신경이 쓰여 이동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학생들은 마음 놓고 학교에 등교할 수 없다.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생활해야 할 학생들은 집 안으로 동선이 축소될 수밖에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에 이어 장마와 태풍으로 더 힘든 한 해다. 이렇듯 어려워진 경제 여건 속에 개개인이 느끼는 강도도 달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우울증 환자도 늘어난다고 한다. 요즘 늘어나는 사회적 부작용이다.

모든 게 힘들지만 그렇다고 안으로만 깊이 침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람들과의 대면이 어려워지자 외국인센터에서 모든 수업들도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생각지 않은 온라인 수업이 늘어났다. 다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외국인노동자센터들도 휴관과 운영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신청하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는데 휴대 전화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나 수업을 준비하는 강사 모두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강사 입장에서는 대면이 아니기에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려면 몇 배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특히 평소에는 자주 사용 안 하던 PPT를 엄청나게 만들어야 했는데 따로 배울 곳도 없으니 매일 유튜브를 보며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제일 힘든 일은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려니 눈이 침침해졌다. 눈에 좋다는 영양제와 블루베리를 엄청 먹었다. 거북목이 되었는지 뒷목도 묵직하니 뻐근하다. 하지만, 완성도 높게 준비를 하고 수업을 끝내면 뭔지 모르게 나 스스로 뿌듯해진다. 내 수업을 선택해 들어온 학생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다해 만족도를 올려 주고 싶다.

한 달 반 가까이 컴퓨터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는데 돌아보니 뭔가에 깊이 몰입해서 보낸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잡념도 날려 보낼 수 있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도 유익했다. 무의식중에 나이 들어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내려면 끊임없이 배워야겠다. `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배움에 힘쓰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괴테의 말을 되새겨 본다. 성현의 말씀처럼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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