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넘쳐난다는데…
돈이 넘쳐난다는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9.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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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희한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너도나도 돈이 말라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금융 시장에는 투자 대기 자금이 넘쳐난다.

지난 1~2일 이틀간 마감된 거래소시장 `카카오게임즈'공모주 청약에 58조5000억원의 청약금이 몰렸다. 경쟁률은 무려 1524대1. 1억원의 청약금을 내고 단 5주, 10여만원 어치 밖에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는데도 청약 열기는 `광풍노도'와 같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공모 가격은 1주 당 2만4000원이다. 상장일인 오는 10일 최고 6만2400원까지 오를 수 있는데 그렇다 해도 1억원을 투자한 사람이 당일 낼 수 있는 수익금은 10만원대에 불과하다. 물론 상장 후 주식 시장에서 추가로 가격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투자 비용 대비 수익금은 너무 적은 것이 아닐까.

어쨌든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증권사에 새 역사를 썼다. 1524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에다가 역대 최다 청약금 기록도 갈아치웠다.

넘치는 유동성. 증권 시장의 전문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카카오게임즈 청약 광풍을 지켜보며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실제 연초부터 시작된 초저금리 기조에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은 돈을 주식 시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 시장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60조5269억원을 기록,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8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27조원 이었던 예탁금은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 빠르게 증가하면서 40조원을 돌파했으며, 6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더니 이번에 가뿐하게 60조원을 뛰어넘었다. 불과 8개월만에 투자자 예탁금은 27조원대에서 60조원으로 121%가 급증했다. 33조원이 갑자기 주식 시장에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지난 3일 뉴딜 펀드 조성 및 뉴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20조원 규모로 정부 주도형 펀드를 조성해 경기 부양과 디지털, 그린 뉴딜 등 미래 첨단 산업의 육성, 시중에 떠도는 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1석3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 금융 당국은 민간부문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갈 곳이 없는 시중의 유동 자금을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펀드로 유입시켜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 열풍이나 뉴딜 펀드를 착잡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다.

연초부터 코로나19로 허덕이던 대부분 소상공인들은 이제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빚을 내 급여를 주고, 생활비로 쓰고, 빚으로 대출금을 다시 갚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이제 파탄지경에 처해 있다.

특히 이들 중엔 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 등 2, 3금융권에서 연리 20~24%대 고금리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해 금융 당국이 연리 3%대를 보장해주는 민간 투자금을 유치해 소상공인 지원 금융 펀드를 만들면 어떨까. 고금리 대출을 부득이 이용하고 있지만 상환 의지와 능력이 있는 소상공인들을 정부가 검증해 10% 대 미만의 저금리로 대환을 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넘쳐나는, 갈 곳 없는 시중의 유동 자금을 이런 방법으로 활용하는 묘책이 어떨지 싶다. 그야말로 `돈맥의 선순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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