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행안부 지하차도 침수대응 지침
`외면받는' 행안부 지하차도 침수대응 지침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7.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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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 등급별 분류 … 충북지역 22곳 관리대상 포함
지역내 강수량 큰 편차 불구 기상특보 지자체별 발효
“지침따르면 호우경보때마다 통제 …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선 시·군 혼란 … “사고땐 지자체만 책임” 문제 지적
호우특보가 발효된 29일 충북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차량이 물에 잠기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곳곳서 피해가 잇따랐다.
호우특보가 발효된 29일 충북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차량이 물에 잠기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곳곳서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겉돌고 있다.

일선 지자체는 호우 시 침수 우려가 높은 지하차도를 등급별로 분류해 기상특보 단계에 맞춰 통제하라는 매뉴얼 이행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충북지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9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행안부는 침수 우려 지하차도 통제·등급화 기준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하달했다.

도내 11개 시·군은 행안부 기준에 따라 침수 우려 지하차도를 분류했다. 그 결과 도내에선 모두 22개 지하차도가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지역별로 보면 청주 11곳, 증평 4곳, 옥천 3곳, 음성 2곳, 제천 1곳, 영동 1곳이다.

관리 대상에 오른 지하차도는 △침수 이력 △침수 위험 △차량 통행량 △차로 수 △지하차도 연장 △설계 유입량 △배수 시설 △안전시설 8개 평가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등급화된다.

총점이 70~100점이면 1등급으로 분류된다. `침수 위험 매우 높음' 수준으로 지자체는 예비특보만 발령 돼도 통제해야 한다. 50~69점은 2등급(침수 위험 높음)으로 호우주의보 발표 시 통제 대상이다. `침수 위험 보통' 수준인 3등급 지하차도는 호우경보가 발표될 경우 통제된다.

도내 지하차도는 대부분 3등급에 포함됐다. 그러나 지자체는 등급별 상황 관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이날 호우경보가 내려진 제천 지역에선 침수 우려 대상인 `영천지하차도(지방도 82호선)'에 대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천시는 `예찰' 수준에서 배수펌프 정상 작동 여부 등만 점검해야 했다. 호우경보와 달리 영천지하차도 지점엔 통행을 통제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구간은 통행량까지 많아 섣불리 오가는 차량을 막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기상특보가 시 전체 단위로 떨어지는 만큼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크게 난다”면서 “지침대로 라면 호우경보가 발령될 때마다 통제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 현장에선 행안부 지침을 비현실적인 지하차도 침수 사고 예방책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기저에는 현지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정형화된 기준에만 맞춰 통제하라는 데 대한 비판이 깔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두고 일선 시·군에서 혼란이 큰 상태”라며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한 매뉴얼은 필요하지만, 보다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볼 때 해당 지침은 정확하게 지키기 어려울뿐더러 혹여 사고가 날 경우 지자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3일 부산 동구에선 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담당 지자체는 행안부 지하차도 침수 대응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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