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뒤집어 보자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뒤집어 보자
  • 이승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
  • 승인 2020.07.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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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승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
이승호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

 

구석진 골목에 같은 기종의 차량 2대의 보닛을 모두 열어놓고 한 대만 앞 유리창이 깨져 있는 상태로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모습이었지만 앞 유리창이 깨져 있던 차량은 심하게 훼손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지난 1982년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의 사례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위 이론을 소개한 이유는 지금 부서로 오기 전 동(洞) 행정복지센터에서 내가 맡았던 청소 업무에도 이 이론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내에 있는 환경 취약지를 점검하다 보면 별의별 쓰레기를 볼 수 있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지 않은 일반 쓰레기부터 먹다 남은 배달용기, 스티로폼, 캔, 포장박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용을 지불하고 내놔야 할 폐기물까지 버리는 일부 양심 없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은 도시의 미관을 훼손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준다. 물론 이러한 장소가 처음부터 쓰레기로 넘쳐나는 장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앞서 말한 이론처럼 처음에는 한두 명이 버리는 것으로 시작해 아무런 일이 없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동조하고 버리기 시작해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일회용품 줄이기, 자원 선순환 정책, 국가 간 협약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환경을 살리기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청주시도 생활쓰레기 3% 줄이기 운동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어 성과가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책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이런 운동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 현재로서는 확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책이 성공하려면 시책을 만드는 공급자도 중요하지만 수요자인 시민들의 호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남들도 그러는데, 뭘'이라는 사고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인식이 개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캠페인 활동을 펼쳐 시민들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남아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약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그 자리를 인간이 차지한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는 과연 달가운 존재인지 씁쓸한 물음을 던지며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나부터 그러지 말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작은 인식들이 모여 언젠간 깨진 유리창의 이론을 반증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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