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투를 기억하십니까?
2년 전 미투를 기억하십니까?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7.28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취재팀)
하성진 부장 (취재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2018년 2월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운동이다.

당시 서지현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유력 인사의 성(性) 관련 비위 의혹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긴 시간을 권력과 위계에 억눌려 있던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이윽고 미투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충북에서도 미투 때문에 `날벼락' 맞은 유명인사들이 있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주시장 예비후보였던 유행열 전 청와대 행정관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중도에 하차했다. 청주 마을배움길연구소 관계자 등의 폭로 때문인데, 유 전 행정관이 1986년 대학 후배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유 전 행정관은 당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여성 단체의 사퇴 요구 압박으로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유 전 행정관은 이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질세라 상대측도 그를 무고·명예훼손죄로 맞고소했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씨도 미투 논란 중심에 섰었다.

조씨는 미투운동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다. 2004년부터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며 다수의 학생을 성희롱 및 성추행한 의혹에 휩싸였다.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씨는 소환 조사를 3일 앞둔 2018년 3월 9일 서울 구의동 오피스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A4 종이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이렇게 미투 운동이 등불처럼 번지면서 가장 먼저, 꽁꽁 얼어붙은 데는 다름 아닌 공직사회였다.

어느 조직보다 공직사회는 수직적 위계 구조의 특수성이 특유의 폐쇄성을 낳는다.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로 관리자들의 성(性) 인식도 매우 부족했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는 민간기업보다 심각했다.

2015년부터 3년간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공공기관은 16.6%인데, 민간기업(6.5%)보다 높았다.

공공기관 가운데에서도 높은 곳은 지방자치단체(28.1%)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바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투운동 덕(?)에 공직사회에는 분명 변화가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조심이었지만, 언제 어느 때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기에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자기방어 분위기가 지펴졌다. 회식을 없애고, 가능하면 여직원들과 말조차 섞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각심은 녹슬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공직사회에서의 성인지 감수성도 무뎌졌다.

자치단체 관리자들이 여직원에게 건네는 농담은 옆에서 듣는이조차 민망할 정도다. `예뻐졌다. 애인이라도 생긴 것이냐', `요즘 날씬해졌는데 보기 좋다' 등등. 한참 미투운동이 확산할 때는 어림도 없는 말들이었다.

피해를 보고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여성들이 분명 있을 테다. 자치단체가 전수조사 등을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느슨해졌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적기다. 작은 상처를 그냥 두면 썩게 마련이다. 썩은 환부가 보인다면 메스를 들어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