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 사회에 던진 화두
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 사회에 던진 화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7.20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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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박원순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사회적 파장은 커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한 이유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인은 대통령 후보로 꼽힐 만큼 한국의 리더로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시민운동의 대표주자로 민주사회로 전환된 우리나라에서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우선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고 믿었던 그의 삶이 `미투'로 부정되면서 진보적 인권변호사에 대한 그의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 그를 지지했거나, 지지하지 않았거나 보통 시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충격은 그만큼 컸다. 청렴 이미지로 인정받았던 그였기에 이번 사건을 직면한 한국 사회는 더 아플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이와 관련된 주변의 관심 사안은 제각각이다. 시장을 보좌했던 사람들에게는 성추행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가 관건이고, 경찰에게는 고소장 접수와 관련해 정보누출이 있었느냐가 관건이고, 여성단체는 성추행의 진실 여부가 관건이고, 정치권에선 판세 뒤집기가 관건인 모습이다.

여기에 언론은 서울시가 이 문제를 가지고 사전에 대책을 논의했느냐 안 했느냐를 두고 벌이는 이슈화는 실로 어이가 없다. 한국의 제1 지자체를 움직이는 서울시장이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해도 문제가 될 사안을 마치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로 몰고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하고 냉철한 파악이 우선이 아니라, 곁다리 문제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미투를 과거의 관행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고, 간혹 역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본질만 흐리게 하고 합리화를 위한 또 다른 기만이란 비난만 키울 뿐이다.

정치적 해석에 편승한 비난도 안 된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도 안 되지만 진보와 보수의 정치색도 안 된다. 지나친 이분법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후퇴하게 했는지 뼈저리게 겪은 우리다. 지금은 냉철하게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도록 기다리며 적확한 판단이 내려지도록 지켜볼 때다.

고인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남성중심의 사회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옹호나 비난으로만 끝내선 안 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 사회적 구조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 남성들의 자세,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잔존해 있는 남성들의 우월적 태도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해야 할 때다.

서울시는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박 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규명하려고 합동조사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추후 조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이처럼 `미투'는 남성중심의 전통사회가 현대사회로 이행하면서 겪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이기도 하다.

사회는 변했다. 변해도 급속히 변했다. 변한만큼 우리의 생활 방식이나 생각이 따라오지 못해 나타나는 사회적 병폐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사회 변화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과거와 결별하는 시간이다.

진실은 덮어질 수 없다. 요즘 같은 투명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도려낼 것을 도려낼 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박 시장의 추모사에서 “이 시간이 지나면 깊은 성찰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장례위원장의 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성찰도 깊이 이어져야만 나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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