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없어 수사 않는다"… 이상한 경찰
"인명피해 없어 수사 않는다"… 이상한 경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7.05.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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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현대아파트 현관 처마 붕괴… 관할 지구대, 보고도 안해
   
무게 1000여kg가 넘는 아파트 현관 처마가 붕괴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찰은 인명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증거물 확보는커녕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오후 5시께 천안시 성정동 현대아파트 102동 1∼2라인 출입구에서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현관 처마가 통째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이때 현관을 출입하던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현대산업개발(주)가 시공, 지난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어진 지 17년이 됐으며, 7개 동 52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사고 후 현대산업개발은 긴급 대책반을 내려보내 22일까지 이틀간 이 아파트 7개동 40여곳의 현관 출입구 처마와 바닥사이에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지지대를 설치하고 사고처리 및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할 경찰지구대는 사고발생 후 다음날까지 사고 사실을 파악하는데 그쳤을 뿐 부실시공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않고 있다.

천안경찰서 박노경 두정지구대장은 "노후건물인데다 인명피해가 없어 업무상과실이나 부실시공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안이 경미해) 본서에 사고발생보고도 하지않았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떨어져 나간 현관 처마는 현대산업개발측이 22일 아파트 단지 외곽 모처로 이전시켜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부실시공이 아니고서야 이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할 리 없다"며 "경찰과 시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캐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모씨(45)는 "만약 인명피해가 났으면 어떡할 뻔했느냐, 경찰이 시공사를 봐주는 것 같다"며 "이 사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경찰의 판단력에 황당할 따름"고 말했다.

건축설계사 A씨(48)는 "준공된 지 20년이 안 된 아파트의 주 구조물이 폭삭 떨어져 나간 것은 말이 안 되는 황당한 사고"라며 "현장에서 떨어져내린 구조물의 철근두께와 성분만 재보더라도 부실시공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구조설계팀이 현장에 내려가 원인파악과 함께 대책에 나서고 있다"면서 "떨어진 구조물은 주민들이 불안해 할까봐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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