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의 부동산 백일몽
청주시민의 부동산 백일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7.06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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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현대인들에게 부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청주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보통시민들 사이에 부동산 부자 열풍이 불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최소 10억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었던 청주는 급작스런 부동산 상승으로 많은 이들에게 부자가 되는 기대감을 안겨줬다.

실제 항간에는 청주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한두 달 새에 1억 원이 올랐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소문은 소문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실거래가도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억대 이상 크게 올랐고, 젊은층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분양아파트를 청약하려고 아침부터 줄 서는 풍경이 재현됐다.

월급을 받아서 내 집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청약에 희망을 거는 시민들의 모습은, 집이 없어 상대적으로 빈곤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섞여 있었다.

부동산 대박의 꿈은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갔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집값이 억대로 뛴다면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더구나 청주는 지난 2년여 간 만성적인 미분양지역이었다. 2019년 초 미분양아파트가 3000여 가구가 넘었을 만큼 아파트 공실도 컸고, 전국에서 최장 미분양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재산이 줄어드는 게 체감될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에게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호재로 작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지부진한 지역경제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던 청주의 부동산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저렴한 집값의 차익을 노린 업자들의 수상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가격 상승에는 정부의 수도권 부동산 규제가 지방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데 한몫했다. 여기에 방사광가속기 청주유치가 급물살을 타면서 청주지역의 모든 부동산 가격을 급상승시켰다. 들썩이는 부동산 가격만큼이나 부동산 대박의 꿈도 꾸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청주사람들의 부동산 부자의 꿈은 백일 만에 끝났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위기는 급랭으로 전환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배제되면서 가격의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후폭풍으로 일부에서는 뚝 떨어진 부동산 가격으로 거래되는 일일 매물이 나오는 등 웃픈 현상도 나타났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부동산 급상승 지역만 규제하던 것에서 특정지역을 규제하면 규제받지 않는 다른 지역이 뛰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내려진 이번 조치가 어떤 현상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청주에서의 부자 열풍은 잠시 주춤하게 됐지만,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 속에 청주시나 지역 국회의원들도 해제에 힘을 싣고 있다.

하나를 조이면 하나가 풀리는 부동산 대책.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가격 잡기의 해법은 난해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을 가지고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는 것도 사후약방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의 안정화는 꼭 필요하다. 자본이 극대화될수록 생활의 바탕이 되는 주택정책은 더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부동산 부자의 꿈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 살아가는 지혜로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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