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빚 권하는 사회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7.05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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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코로나에 발목이 잡히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24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611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4.6%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5.7%로 전체 부채 확대를 이끌었다.

빚이 급속히 늘면서 가계의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지난 1분기 말 163.1%를 기록했다. 가계가 처분 가능한 소득으로 빚을 갚아도 63.1%의 빚은 여전히 남는다는 의미다.

이동렬 한국신용정보원 정보분석부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빚을 지는 연령별 유형을 밝혀냈다. 대출 보유율은 20세 이전에는 당연히 낮다. 35세 무렵에는 약 55%, 60세까지 50~60%를 유지하다가 60세 이후에 다시 감소해 80세 무렵이면 다시 6% 수준으로 떨어진다.

평균 대출 잔액도 20대 초반부터 증가해서 결혼과 주택 마련 수요가 커지는 35세 때부터 은퇴 연령인 60세 사이에 대출 보유자가 평균적으로 8천만원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대출 보유율이 평균 54% 정도라서 국민 1인당 4천만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집(주로 아파트)마련과 자녀에게 저당잡혀 일생을 빚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우리는 왜 빚을 질까?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네 삶을 삐걱대게 만드는 거시적 돌발적 상황들은 접어두고 어렵지만 불굴의 의지로 해결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가볍게 접근해보자. 24시간 상담 대출, 전화 한 통으로 바로 바로 대출, 무방문·무보증·무담보 이른바 3무 대출……. 비대면을 중심으로 한 손쉬운 대출 환경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 또 할부 프로그램은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필요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불필요한 물건을 쉽게 장만하게 만드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지름신이 강림한 날, 한 번 뿐인 내인생 나도 남들만큼은 하겠다는 체면문화가 결합되면 빚의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담그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일단 지르고 나중에 천천히 갚자며 호기롭게 할부로 긁는다. 100만원 짜리 제품을 무이자 10개월로 샀으니 다음 달은 90만원, 그 다음 달은 80만원이 통장에 남아 있을 터, 제법 손해보지 않는 똑똑한 소비를 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은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스타들이 CF에서 선보인 옷과 가방, 화장품이 할부 결제금으로 통장에 남겨 둔 90만원을 소리없이 빼앗아 간다. 또 신용카드로 떠난 여행은 추억과 함께 빚도 남긴다. 할부는 사실상 신용대출이며 신용카드는 사실상 부채카드이다.

전문가들은 빚지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부채리스트를 작성하며 부채를 유형별로 분류해 대출건수를 줄이고, 대출이자를 줄여 알맞은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빚의 구조를 파악해 소비패턴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무적 해법에 더하여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개나 돼지에 비해 몸과 마음이 훨씬 자유롭다. 그런만큼 소중한 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 섬세하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시장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리하여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갑남을녀에서 벗어난 고귀한 존재로서 자신의 주인공으로 살아 보는 것. 이 또한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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