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엎친데 무더위 덮쳐...실외 노동자 `힘겨운 여름나기'
코로나19 엎친데 무더위 덮쳐...실외 노동자 `힘겨운 여름나기'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6.23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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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폭염 속 감염 예방 위해 마스크 착용


열사병으로 병원行·생업 포기 등 부작용 잇따라


질본 “사람간 2m 거리두기 가능땐 안써도 된다”
올여름은 실외 노동자에게 유독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푹푹 찌는 폭염 속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해서다.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조적공으로 일하는 강모씨(66·진천읍)는 요즘 한탄을 쏟아내는 게 일상이 됐다. 그림자 한 뼘 없는 뙤약볕 아래서 벽돌 등짐을 지자니 `고달프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호흡조차 가다듬기 어렵다. 입과 코를 덮은 마스크는 들숨과 날숨을 가로막는다. 힘든 노동으로 가득 차오른 숨을 고를 틈도 없는 셈이다.

“더위에 마스크 이중고가 따로 없어요. 무더위에 전염병까지 겹치니 나이 든 사람으로서 너무 힘이 들어요.”

장묘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65·청주 흥덕구)는 며칠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창 매장 작업을 하던 때 숨이 턱 막혀왔다. 눈앞도 캄캄해지면서 메스꺼움도 느껴졌다.

곧바로 그늘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상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의료진에게 전해 들은 진단은 `열사병'이었다. 높은 기온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일한 게 화근이었다.

“한창 더울 때 일을 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괜찮겠지'하고 넘기려던 순간 이상 증세가 나타났어요.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판촉 행사 요원인 정모씨(26·여)는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어느 행사장을 가든 주최 측은 마스크 착용을 강권했다.

격한 안무와 함께 제품 홍보를 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 근무 환경은 생업까지 내려놓게 했다.

“더위 속에서 격한 신체활동까지 해야 하는 여름 판촉 행사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이에요.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몸이 버텨내지 못하겠더라고요. 당분간 부모님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때를 기다릴 생각이에요.”

한여름 실외 노동현장에서 마스크 착용에 따른 부작용이 잇따르자 방역당국은 새로운 권고안을 내놨다. 실외에서 2m 거리두기가 가능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착용은 심박수, 호흡수, 체감 온도를 상승시키는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람 간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면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가 가능하지 않아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해야 하는 경우엔 휴식 시간에라도 사람 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소를 골라 마스크를 벗고 휴식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국 온열질환자는 1841명(사망 11명)이다. 발생 장소별로 보면 실외가 1476명(80.2%)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실외 작업장에서 온열질환을 겪은 인원만 596명에 이른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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