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염좌를 2년 넘도록 한방치료?
척추염좌를 2년 넘도록 한방치료?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6.1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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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60대, 경미한 추돌사고 … 뒷범퍼 스크래치만
일가족 3명 95~130일 통원 … 치료비만 1500만원
상대 보험사, 사고 운전자에 2천만원 구상금 청구
의료계 “이해 불가 … 짬짜미 없다면 불가능한 일”
사고 피해자인 오씨 가족이 2년 동안 치료받은 보험금 지급내역서. 척추염좌란 상해진단명과 함께 한의원(ㅌ한의원) 한곳에서 집중 통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보인다. 왼쪽은 사고 당시 피해차량 뒷부분. 추돌사고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고 피해자인 오씨 가족이 2년 동안 치료받은 보험금 지급내역서. 척추염좌란 상해진단명과 함께 한의원(ㅌ한의원) 한곳에서 집중 통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보인다. 왼쪽은 사고 당시 피해차량 뒷부분. 추돌사고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척추염좌라는게 허리가 삐끗할 정도의 경미한 부상일 텐데 어떻게 일가족 3명이 무려 2년 동안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답니까?”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박모씨(64·농업)는 최근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DB보험사로부터 2년 전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치료비 1500만원을 갚으라는 청구서를 받은 것이다.

박씨에게 2년 전 교통사고는 까마득히 잊고 지낼 만큼 아주 경미한 사고였다.

지난 2018년 8월 18일 오후 6시 무렵. 1톤 트럭을 몰고 경기도 안성을 가던 박씨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청주IC 부근에서 앞서 가던 스포티지 차량을 들이받았다.

정체가 심한 탓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급정거하던 앞 차량을 가볍게 추돌했던 것이다.

말이 추돌이지 피해차량 뒷범퍼에 희미한 스크래치만 남긴 경미한 사고였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당시 피해차량에는 운전자 오모씨(35)와 부인(33), 딸(3세) 등 일가족 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박씨의 보험사(KB보험)는 오씨 가족에게 치료비 290만원과 렌터카포함 차량수리비 100여만원을 지급했다. 박씨는 이렇게 사고처리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인 오씨의 가족은 이때부터 경기도 용인의 `ㅌ한의원'에서 2년 넘게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동안의 치료비가 오씨 632만원, 부인 735만원, 딸 215만원 등 1500여만원이다.

오씨는 가해차량 운전자였던 박씨가 당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보험사(DB보험)를 통해 장기간 치료를 받았고 보험사는 박씨에게 그 치료비를 갚으라고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박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오씨 가족의 부상 정도가 2년 동안 치료를 받을 만큼 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금 지급내역확인서에는 오씨와 부인의 진단명이 척주염좌(상해등급 12-03)로 딸은 14급에 해당하는 상해로 기록돼 있다.

청주시내 한 한의사는 이런 진단으로 2년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의원과 짬짜미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이들이 2년 동안 치료를 받은 곳은 대부분 `ㅌ한의원' 한 곳이어서 이런 의혹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박씨는 “사고 당시 피해차량이 멀쩡했는데 그 사고로 2년 동안 치료를 받는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며 “이게 보험사기 아니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DB보험사 측도 “정황으로 볼 때 비상식적이지만 그렇다고 의료행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법적제재를 할 수도 없다”며 “오씨는 앞으로도 치료를 계속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꼼짝없이 치료비를 물게 된 박씨는 현재 경찰고소를 준비하면서 억울함을 삭이고 있다.

/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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