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싸늘한 민심 곱씹기를
여전히 싸늘한 민심 곱씹기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6.14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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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지난 12일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렸다 공전된 국회 본회의가 오늘 재소집 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반드시 오늘 본회의에서 원 구성을 마치겠다고 여당과 재 1야당에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열릴 지는 미지수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배수진을 친 미래통합당이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는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20대 국회의 무능과 부진을 털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한 목소리로 공언했다. 그러나 이 우렁찼던 합창은 초장부터 공염불이 되고있다.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 돼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열세의 야당이 법사위를 맡아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제 논리는 타당해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당이 야당에 법사위를 양보하는 것이 관례로 유지돼왔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는다. 참담한 총선 패배로 입지를 잃은 제1 야당으로서 법사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통합당의 절박한 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 협상의 상대는 177석 거대 여당이고, 법사위를 양보할 의사는 추호도 없어 보인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대패한 통합민주당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의 협상에서 88일이나 줄다리기를 한 끝에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다. 그 때 통합민주당도 지금 통합당 처럼 `여당독주 견제'와 `관례'를 내세워 법사위원장 자리를 쟁취했다. 당시 81석의 통합민주당이 협상의 승자가 될 수있었던 것은 153석의 한나라당이 88일간 끌려다니며 고민한 끝에 양보를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민주당에는 그만한 도량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통합당에 상대를 흔들 그럴듯한 카드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국회 개원을 차일피일 지연시키거나, 등원을 거부함으로써 반쪽 국회를 만들어 국회 파행의 책임을 집권당에 돌리는 식상한 전략만 보일 뿐이다. 장담했던 협치에 실패한 민주당도 비판을 받겠지만, 통합당도 발목잡기 고질병이 도졌다는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심도 통합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통합당은 “우리 힘으로는 의회 독재를 꾀하려는 민주당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며 “국민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읍소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총선 참패에 이어 의회에서 최소한의 견제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음에도 국민의 동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뢰감을 완전히 상실했고,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정쟁 따위로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진단을 국민으로부터 받았다고 봐야 한다.

통합당이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했다면 호응받지 못하는 자리 다툼부터 의연하게 접어야 한다. 많은 국민은 결함 투성이인 법사위를 개혁해야 하는 본질적 문제는 제쳐두고 자리 싸움에만 골몰하는 여야의 행태에 의문을 품고있다. 툭하면 월권과 악용 논란을 빚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법안이 잇달아 발의됐고, 민주당은 이번 21대 총선 공약에 법사위 개혁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싸움판에서는 그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통합당은 오늘 당당하게 등원해 법사위부터 뜯어고치라는 국민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응답하기 바란다. 그리고 당의 한 초선 의원이 했다는 말에 주목하기 바란다. “양보받을 가능성이 없는 법사위에 목을 매고 애걸복걸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정책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가 통합당이 가야 할 유일한 길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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