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둥지는 명장들 무덤?
독수리 둥지는 명장들 무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6.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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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김성근·한용덕 감독 쓸쓸한 퇴장
(왼쪽부터) 김응용, 김성근, 한용덕 전 한화이글스 감독.
(왼쪽부터) 김응용, 김성근, 한용덕 전 한화이글스 감독.

 

명장도, 레전드도 한화 이글스에선 초라한 이별을 피하지 못했다. 한화는 8일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1군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용덕 감독이 자진 사퇴한 지 하루 만이다.

한용덕 감독은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패한 뒤 정민철 단장과 면담에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화려하게 등장했던 레전드의 쓸쓸한 퇴장이다.

한용덕 감독은 1988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에서 연습생 투수로 입단한 뒤 2004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이글스맨'으로 활약했다. 개인 통산 120승을 거둬 `연습생 신화'를 쓰고, 지금까지도 한화를 대표하는 투수로 손꼽힌다.

은퇴 후에도 한화와 인연이 계속됐다. 2006년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2012년 감독대행, 2014년 단장 특별보좌역을 지냈다.

2018년부터는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지휘 아래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야구였다.

그러나 `이글스맨'으로 한용덕 감독의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2019년 팀은 9위로 다시 추락했고, 올해도 최하위로 떨어졌다. 더욱이 5월23일부터 7일까지 14연패에 빠지면서 팀의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까지 다시 썼다.

결국 한 감독은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레전드뿐 아니다. 이름을 날렸던 베테랑 사령탑들도 한화에선 상처만 안고 떠났다.

암흑기에 빠진 한화는 2013시즌부터 김응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10회)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이라면 한화를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김 감독은 출발부터 꼬였다. 2013시즌 개막 13연패에 빠지며 충격의 출발을 했다. 결국 반전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2013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했고, 2014시즌에도 순위를 끌어 올리지 못했다.

김 감독은 2년의 임기를 채웠지만, `명장'의 명성에는 이미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았다.

김응용 감독 체제가 실패로 돌아간 후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에 올렸다. 최약체로 분류됐던 한화가 `스파르타식' 훈련을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을 만나 어떤 결과를 낼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김 감독은 끈질긴 야구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부임 첫 해인 2015년 팀을 6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도 한화를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했다. 2016년에는 7위로 하락했고, 혹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구단과 갈등까지 겹치며 2017년 5월 팀을 떠났다.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2017시즌을 마쳤던 한화는 레전드와 손을 잡으며 새로운 한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전은 없었다. 매년 반복됐던 얇은 선수층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레전드 한용덕 감독도 팀을 떠났다.

이쯤 되면 `감독 잔혹사'라는 말이 무색하지가 않다. 투타가 모두 부진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가운데 이제 배턴은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넘어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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