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智將), 노승일’로 기억되길
‘지장(智將), 노승일’로 기억되길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6.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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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하성진 부장

 

노승일 충북지방경찰청장이 고향을 떠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달 임기가 종료되는 민갑룡 경찰청장 후임 인선이 끝난 후 단행될 고위직 인사에서 이변이 없는 한 노 청장은 본청으로 영전한다.

충주 출신의 노 청장은 지난해 7월 4일 충북청장에 취임했다. 2014년 충북 중심경찰서인 청주흥덕서장(경무관)을 지내고 떠난 지 4년 6개월여 만이다. 충북청장 자리를 `갈망'했던 터에 이뤄진 발령이다 보니 그에게는 뜻깊은 선물이었을 테다.

충북에서 `노승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유치장 사고다. 노 청장 개인적으로도 흥덕서장 부임 14일 만에 연거푸 터진 유치인 자살·자해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원칙주의, 빈틈없는 일 처리의 업무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그가 임기 초반 기강 확립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 짙었다. 바짝 긴장한 직원들 사이에서 `자칫 조직이 경직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돌이켜보면 노 청장은 알려진 대로 업무에 있어 빈틈이 없다. 경륜(經綸)만큼 경찰 전 기능의 역할을 꿰뚫고 있다. 그렇기에 근래 1년 가까이 충북 경찰은 여느 때보다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지사지 측면에서 볼 때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면 그 일은 주문하지 않는다. 그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가장 당연하고도 쉬운 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을 관리해왔다.

내실을 다지는 실무형 지휘관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전발 20대 여성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는 직접 나서서 종합적·입체적으로 대응했다. 사건이 해결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본청장에게 전화 보고를 하며 빼놓지 않은 게 있다.

바로 검거 유공 `특진' 부여다. 신상(信賞)이 확실하다. 그 덕에 충북은 본청 몫의 경감 특진 카드 1장을 가져왔다.

언론과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언론을 적대시하지 않고 경찰의 동반자로 인식한다. 늘 소통하려 애쓰고 언론의 건전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기자들과 만나지 않겠다'며 출입기자단과의 첫 간담회를 `보이콧'해 불편한 관계가 됐던 과거 `쌍끌이주(양손에 폭탄주를 들고 연거푸 마시는 것) 청장'과는 분명 다르다.

노 청장은 잔정도 많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치안 현장에서 근무하는 지구대 직원들에게 피자를 `깜짝 선물'했다. 가족과 떨어져 성탄절을 보내는 직원들에게 따뜻한 정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에서다.

10여 년 전 겨울, 도내 한 지구대를 `잠행 방문'했다가 출출함을 달래려 족발을 사다 먹던 직원들에게 몹시 화를 냈던 지휘관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당시 청장을 향해 직원들은 `용장'이라 평했다. 취임 직후 거침없는 추진력을 보여줘 용맹스러운 장수를 뜻하는 `용장(勇將)'이었지만, 떠날 때는 어리석고 졸렬한 장수를 말하는 `용장(庸將)'이 됐다.

지휘관마다 치안 철학이 담긴 색깔이 분명히 있다. 떠나면 어김없이 직원들의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역대 충북청장에는 `덕장(德將)'들이 많았다. 직원들의 피로도를 낮추려 노력했고, 불필요한 업무들은 과감히 없앴다. 아버지, 형처럼 직원들을 달래고 아픔을 어루만져준 청장들이 꽤 있었다.

기본을 강조하는 노 청장은 어떤 사안이든 장고 끝에 슬기롭게 대처했다. 노 청장이 떠나면 아마도 충북 경찰은 지혜로운 장수, `지장(智將)'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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