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갱년기 생활
슬기로운 갱년기 생활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5.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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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민들레꽃도 노랗게 피었다가 이내 거품처럼 흩어지고 속대만 남았다. 봄을 알려주었던 연분홍빛 매화와 복사꽃도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엔 초록빛 작은 열매가 잎새 뒤에 숨어 몰래 자라고 있다. 올해도 운동장 가의 흰색 펜스 위에 어느새 빨간 장미가 송이송이 피어났다. 코로나19로 어지러워진 세상에서도 자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제 할 일을 순차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내 마음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기관지가 약하여 기침이 가끔 나는데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기침이 나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왠지 코로나19 아닐까 걱정이 된다. 종종 얼굴이 붉어지며 덥고 열이 나는 것 같아 얼른 체온을 재보지만, 체온계는 늘 정상이라고 알려준다. 요즘 부쩍 건망증도 심해져서 적지 않으면 기억이 스르르 날아가 버린다. 허리와 다리 관절도 삐걱거리고 가끔 저려온다. 몸이 무겁고 붓는데 부은 것이 다 살로 변하여 나날이 체중계 숫자만 올리고 있다. 봄이면 쪼그리고 앉아 앙증맞은 작은 풀꽃 구경하는 일이 봄의 일과 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그것도 시들해지고 마음이 자꾸 처진다. 갱년기 증상이다.

`갱년기는 노년기로 옮겨가는 시기'라고 하는데, 노년기 맞을 준비를 하라고 이런 증상들이 몸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를 하는가 보다. 지구 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간다.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까지 마치면 지구에서의 임무가 끝난다. 뻔한 순서인데 막상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로 접어든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불안함 그리고 미련이 남는다.

받아들이긴 싫지만, 정상적인 생을 산다면 누구나 노년기가 온다. 인생의 마지막 관문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결승점인 죽음의 문을 들어갈 때 모습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웰빙(well-being) 뿐만 아니라 웰다잉(well-Dying)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진시황제도 어쩔 수 없었던 불로장생의 꿈을 난들 어찌 이루겠느냐만, 노년기에 여기저기 아프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걱정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6일 방송된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는 웰 다잉 10계명으로, 첫째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 둘째 건강 체크하기, 셋째 법적 효력 있는 유언장 자서전 작성하기, 넷째 고독사 예방하기, 다섯째 장례 계획 세우기, 여섯째 자성의 시간 갖기, 일곱째 마음의 빚 청산하기, 여덟째 자원 봉사하기, 아홉째 추억 물품 보관하기, 열째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하기 등을 제시했다.

우리 몸의 사용 연수를 85년으로 본다면 60% 이상을 살았다. 이제 장년기를 마무리하며 노년기를 준비할 단계인가보다. 갱년기 증상들은 몸 건강의 중요성과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몸이 수명을 다하는 날까지 남은 세월 잘 사용하려면 우선 몸을 알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해 주어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지난날을 자성하며 마음의 빚도 청산하고 싶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위하여 갱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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