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편견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5.31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주차장과 본관을 이어 주는 통로가 막혀 있다. 다시 주차장 입구로 걸어 나와 정문에서 줄을 섰다. 앞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정문으로 들어가는 순서를 기다린다.손세정제를 사용하고 체온측정을 한다. 병원직원도, 환자와 보호자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전에 보지 못하던 낯선 풍경이 새로운 익숙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병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전에는 없던 당뇨상담실에서의 상담절차를 거쳐야 진료를 받는다.

`식전 혈당은 얼마예요? 식후혈당은요? 인슐린 주입량은요?'

상담실에 들어서자 상담사가 몇 가지를 물어보고 인슐린 펌프를 리셋한다. 인슐린 펌프 조작 빼고는 담당의사가 물어보던 것들이다.

병원에 도착한 지 세 시간 정도 지났는데도 진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오늘 오전 진료하느냐고 간호사에게 묻자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 `그럼요' 하고 대답한다.

곧이어 도착한 의사가 간호사들과 몇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예 밖으로 나와 복도에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친다.

`나 오늘 진료 못해요. 병원장이 그만두랬으니 오늘, 아니 지금부터 진료하면 법적 조치당합니다'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합세해 의사를 달래 보지만 그의 고함은 멈추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간호사에게 묻자 `이곳에 있던 당뇨상담공간을 저곳으로 옮겨서 화가 나셨어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병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 교수님께 여러 번 말씀드리고 양해도 구했지 않습니까? 이해를 해 주셔야죠?'

병원 직원이 의사설득에 힘을 보탰다. 이번엔 졸지에 고래 싸움에 새우 신세가 된 환자들이 나섰다.

`아니 훌륭하신 선생님한테 진료를 못 보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병원장 오라고 하세요.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셔야죠? 오늘 오전 진료받으려고 5시에 전라도 목포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럴 거면 예약을 받지 말아야죠.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환자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상식적이었고 합리적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환자 서너 명이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며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고래들이 싸움을 멈추고 새우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렇게 한바탕 해프닝은 막을 내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진료가 시작됐다.

몸이 불편해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할 것이란 환자에 대한 나의 편견이 보기 좋게 깨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역 최전선에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뒤따랐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모범 방역 사례로 평가받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최초로 제안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75명)는 임관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대구로 달려가 의료활동을 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100일을 맞은 지난 19일 국립마산병원에서는 의료진을 위한 리움 챔버오케스트라의 감사공연이 열렸다. 또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며 `덕분에 챌린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함께 헤쳐온 서로를 격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증샷 한 장으로 의료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의료계의 기여에 걸맞은 보상과 예우가 필요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전선에서는 의료진들이 영웅으로 빛나고 있고 그날 그 병원에서는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 환자들의 위대한 시민정신이 반짝이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