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미소 4
염화미소 4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0.05.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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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行色是非外(행색시비외) 행동과 태도는 시비 밖에 있고
去留天地間(거류천지간) 가고 머무름은 하늘과 땅의 사이이니
一笻入太白(일공입태백) 지팡이를 가지고 태백산에 든 뒤로는
敲磬禮金仙 (고경례금선) 경쇠를 치며 금선께 예배할 뿐이네.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도 초파일 장엄으로 연등불을 밝혔더니 주변이 환해졌네요.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4 입니다.

세존염화(世尊拈花)의 내용은 실상무상을 전하고 있는데요. 실상은 현상계(차별이나 有)를 설하고 무상은 본체(평등이나 無)를 설한 것이니 이는 곧 실상이면서 무상이고 무상이면서 실상을 말합니다.

이것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같은 뜻이지요.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잘 이해되지 않으므로 그래서 이를 미묘법문이라 하는 것입니다.

이 법문은 글자로 표현할 수도 없고 말로 이치를 캘 수도 없기 때문에 따로 전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곧 이심전심일 뿐인데 이를 가섭존자만이 세존께서 꽃가지를 든 이유를 알아차려 파안 미소 지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가섭존자에게만 여래의 법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세존염화의 공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깨달음이나 진리라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서 좀처럼 알아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세 살 먹은 아이도 촌부도 알 수 있는 그저 꽃가지를 들어 보이는 것처럼 쉬운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가깝고 쉽기에 오히려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듯이 밝아야 할 터인데 도리어 어두워서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바로 수행이요, 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산회상의 장은 부처님의 마지막 설법이고 엄숙하고도 장엄한 전법의 자리였습니다. 수많은 대중은 물론 수행자들이 모였을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세존염화는 물론이고 파안미소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역자들은 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이시니 가섭이 `밝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다'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선적(禪的)인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안미소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록과 꽃의 계절 5월입니다. 머지않아 온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도 물러가겠지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고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5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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