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有의 경찰직협… 기대와 우려
初有의 경찰직협… 기대와 우려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5.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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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석
오영근 선임기자
오영근 선임기자

 

“스스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찰관에게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

2019년 10월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청에 `경찰직장협의회'설립을 권고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이 말을 계기로 지금 전국의 경찰서에는 직장협의회 설립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해 있다. 경감급 이하로 규정된 협의회 가입 범위를 놓고 경찰 상 하부 간 갈등도 적지않게 표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공직사회에 직장협의회가 제도화 된 것은 지난 1998년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제정되면서다.

이듬해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립이 허용됐고 2004년에는 공무원노조 설립도 허용됐다. 하지만 경찰(소방 공무원도 포함)은 예외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 특성상 협의회를 만들 자격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을 끌어 온 끝에 지난해 경찰개혁위가 경찰직장협의회 필요성에 불씨를 지폈다. 같은 해 11월에는 더불어 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의 발의로 경찰직장협 설립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라 다음 달 11일이면, 전국 경찰서별로 역사상 초유(初有)의 합법적인 경찰직장협의회가 출범하게 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장협의회를 통해 근무여건이 개선되는 등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업무능률이 향상되면서 치안서비스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찰직장협의회=경찰노조'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직장협의회는 노동조합의 전 단계로 인식돼 있다. 일반 공직의 경우도 직장협의회가 공무원노조로 합법화됐다. 경찰직장협의회가 향후 노조설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수순과 시간의 문제일 뿐 부인하기 어렵다.

경찰직협 설립을 권고했던 경찰개혁위조차 경찰노조에 대해 “여건이 성숙되는 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했으니 더 그렇다.

만일 경찰노조가 설립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일반공무원 노조와는 다른 차원으로 비춰질 게 뻔하다. 치안의 최후 보루인 경찰 업무특성 때문이다. 일반 노사관계에서 보듯 경찰 내부에서 불거진 갈등이 자칫 사회적으로 표면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과장된 비유이지만 심심찮게 해외토픽으로 접하는 브라질 경찰노조의 파업과 치안 마비사태가 그런 사례일 것이다. 물론 경찰노조가 설령 설립된다 해도 노동3권(특히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니 브라질과 같은 사례는 분명 섣부른 기우(杞憂)이다. 그렇다 해도 걱정은 걱정이다. 그래서 경찰 수뇌부도 `국민적 우려'를 의식해 당장 (노조설립문제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직장협 출범시기와 회원 가입범위를 놓고 불거진 갈등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인류재앙인 코로나19 여파로 사회 곳곳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시기에 경찰이 직장협 설립을 진행하는 것은 아무리 법적사안이라곤 하지만 지금의 엄중한 사회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여하튼 다음 달 11일이면 각 경찰서별로 직장협의회가 출범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경찰 직장협의회가 내딛는 첫발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더불어 국민들의 시선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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