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를 높이는 열쇠
행복지수를 높이는 열쇠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5.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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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내고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접어들 무렵인 5월 초에 전라남도 고흥에 다녀왔다. 이번 나들이의 주요 목적은 시골집 구경이다. 40대 이상 남성들의 로망인 `나는 자연인이다' 삶을 동경하는 분이 우리 집에도 계신다. 그분은 한 술 더 떠서 산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끼고 살기를 원하는 분이다. 남편은 퇴직 후 텃밭도 가꾸고 바다낚시까지 하며 사는 것이 꿈인지라 가끔 인터넷에 내놓는 집을 찾아보곤 하는데 고흥에 맘에 드는 몇몇 집이 나왔다고 가보자고 하였다.

근 4시간쯤 걸려서 고생하여 온 보람만큼 정말로 예쁜 집을 발견하였다. 단층 주택이지만 잔디로 덮여 있는 아담한 마당 앞에는 시원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텃밭도 있고 50종도 넘는 과실수와 허브 울타리, 게다가 별채 2동까지 있어 손님이 와도 문제없이 재울 수 있고 팬션처럼 운영해도 좋을 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지금 아파트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이다. 아직 퇴직하고 오기엔 이르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위안을 하며 돌아오긴 했지만, 그림 같은 풍경의 집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사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구멍 난 지갑은 매월 월급을 받아 부어도 줄줄 새고 남는 게 없다. 끼니를 굶으면서 살아보셨던 아버지는 지금 굶지 않고 사는 것만도 행복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굶어보진 않은 세대라서 그런지 금수저와 비교하며 자책도 해보았다.

2018년 몽골 고비사막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가 기억난다. 길도 없고 집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바퀴자국 따라 간신히 찾아가서 물도 없는 게르에서 묵으며 세수도 못하고, 때론 시골 빈집을 얻어 하룻밤 묵기도 하는 등 여행 중 겪을 수 있는 고생을 두루 겪고 오니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행복감이 높아졌었다.

그런데 그때의 행복지수와 이번 여행의 행복지수는 반대이다. 이 얼마나 간사한 인간의 마음인가?

현자는 위를 올려다보면 끝없이 부족함을 느끼니 내려 보고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려 볼 것도 위를 볼 것도 없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소확행을 찾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리라. 안될 것은 미련 없이 바로 포기하고,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작은 기쁨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내 행복을 채워줘야겠다. 없는 것에 눈을 두지 말고 있는 것에 마음을 두면서 말이다.

행복지수는 결코 현재의 상황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코로나19로 인한 힘든 상황도 훗날 모든 것이 안정되면 행복지수의 척도로 작용할 것이니 오늘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 주어진 행복을 찾는다. 네 잎 행운의 클로버 대신 세 잎 행복의 클로버를 찾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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