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을 그리워하며
`야단법석'을 그리워하며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0.05.12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많은 사람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모습을 흔히들 `야단법석'이라 말한다. `야단(野壇)'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법회석중(法會席中)'이 줄어서 된 말로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으로 사월초파일 같은 날에 많은 신도들이 사찰을 찾아와 법회를 열 때 법당에 다 수용할 수 없어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제 곧 석가탄신일이 다가오지만, 예년과 같이 `야단법석'한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코로나 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공연, 전시, 축제 등 사람들 다수가 모이는 문화산업은 문을 닫거나 중지·취소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공연·전시 등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코로나 19로 큰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두오모 대성당에서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무관중 공연이 있었다. 이를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는데, 4월 27일 현재까지 조회 수가 3,900만 회를 넘기고 있다. 문화유산과 공연이 결합한 콘텐츠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좋은 시도라 여겨진다.

충북의 문화유산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어떨까?

충청북도와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는 충북에 소재한 지정문화재 전체에 대해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3개년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문화재의 발견과 발굴에서부터 지정을 위한 각종 학술 및 행정자료를 수집하고 문화재 지정 이후 수리·보수·활용 등 문화재의 다양한 이력을 총 망라하였다. 또한 사진, 동영상, 음원, 도면, 3D스캔 등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수집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며, 나아가 도민들의 문화유산 향유의 기회를 증대하고자 한다. 올해는 홈페이지 구축을 통해 온라인으로 충북의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문화재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문화재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는 각종 자료를 수록하여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콘텐츠는 문화유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개인이 소장하거나, 수장고 등에 들어가 있어 일반인들이 실물로 쉽게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도 새롭게 수집되고 정리된 다양한 정보들은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집에서도 즐기는 문화유산, 내 손안에 들어와 모바일로 즐기는 문화유산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물론 문화유산은 직접 경험하고 맛보아야지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진품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그 무엇으로도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소외되었던 문화유산들이 소개되는 계기를 만들었단 측면에서 코로나 19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년 사월초파일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전 세계가 코로나 19의 악몽을 떨쳐내고 야단법석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