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양산하는 국책사업 공모 … 추진방식 개선 급하다
갈등만 양산하는 국책사업 공모 … 추진방식 개선 급하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4.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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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 호재 1조원대 규모 방사광가속기 유치
충북 청주 - 전남 나주 - 경북 포항 -강 원 춘천 경합
오늘까지 유치계획서 제출 … 다음달 7일 입지 발표
지자체 과열경쟁 반복 … `정치적 입김' 의혹도 빈번
“정부서 용역통해 결정 … 엄격한 지원 기준 제시해야”
첨부용.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그림=뉴시스
첨부용.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그림=뉴시스

 

국책사업 공모가 지방자치단체 간 인심만 사납게 하고 있다. 지역 간 세(勢)대결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행정력 소모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때문에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책사업 추진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즘에는 총사업비 1조원 규모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놓고 충북 청주(오창), 전남 나주, 경북 포항, 강원 춘천 등 전국 4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목말라하고 있는 자치단체로서는 `로또'나 다름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 사업은 국비 8000억원, 지방비 2000억원을 합해 총 1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고용 13만7000여명, 생산 6조7000억원, 부가가치 2조4000억원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29일 유치계획서 제출과 5월 7일 최종 입지 발표를 코앞에 둔 각 자치단체에서는 과열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총만 안들었지 사실상의 유치전쟁이 벌어졌다.

각 자치단체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내 모든 구성원들이 나서 유치 당위성 전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접 자치단체와 산·학·연 등까지 가세해 지역 전체가 들썩인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충북과 전남에선 경쟁적으로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28일 현재 충북은 150만명, 전남은 230만명을 돌파했다.

심지어 광주·전남지역 21대 총선 당선인들은 지난 23일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공모 평가기준 중 충북의 강점으로 분류되는 `지리적 접근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충청권에선 이들의 행동을 두고 호남 정치권이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책사업 공모 때마다 자치단체 간 과열경쟁은 반복된다. 선정 때마다 정치적인 고려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지난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공모 당시 충북과 대구·경북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결국 한 개만 선정하기로 했던 첨복단지를 두 곳에 분산배치하는 어처구는 없는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점쳐지던 첨복단지 공모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대구·경북의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모에서 탈락한 자치단체나 정치인의 후유증은 엄청나다.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로선 주민이나 경쟁자로부터 “무능하다”라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방사광가속기 입지는 정부에서 최적지를 찾는 용역을 통해 결정했어야지 자치단체 간 유치경쟁을 유도할 사업이 아니었다”며 “공모를 하더라도 지반구조나 산업연계성 등 사업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엄격한 지원기준을 제시했어야 자치단체 간 과열경쟁을 줄일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이두영 공동대표는 “공정성을 내세워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 부처의 국책사업 공모는 그동안 정부의 정책집행이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며 “정부의 공모사업이 정치권의 유치운동으로까지 변질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석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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