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사건이 주는 교훈
‘n번방’사건이 주는 교훈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4.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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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
하성진 부장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심은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다.

국회 전체 의석(300석) 가운데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을 차지한 `슈퍼여당'이 탄생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과 `폭주 견제론'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연령대별 표심을 볼 때 10대와 20대는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대별 관심을 둔 총선 이슈도 분명 달랐다.

정치공학적 해석은 차치하고 올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와 20대 청년들의 관심은 정권 심판도, 독주 견제도 아닌 `텔레그램 n번방'사건이었다.

지역의 한 원로 정치인은 이런 말을 했다. “중·장년층과 달리 10대~20대 표심의 향배는 기성세대의 관심 밖에 있던 n번방 사건이 결정지었다.”

이는 총선 공식 선거운동 막판에 잇따라 터진 미래통합당의 `막말'과 `실언'이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황교안 전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을 꼽을 수 있다.

황 전 대표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참여 회원으로 추정되는 26만명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이 발언은 10대와 20대의 분노를 들끓게 했고, 결국 통합당의 좁혀지던 열세 판도를 되레 벌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n번방 사건의 파급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북도내 지자체가 주목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사건을 주도한 조주빈이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협박하고 사기범행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관공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개인정보를 넘긴 공범들이 있어서였다.

공무원들이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맡겨왔던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n번방 사건 공범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전·현직 공무원들이 이들에게 개인정보 업무를 맡겼다.

충북의 수많은 관공서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을 리 만무하다.

병무청은 지자체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는 동시에 관리까지 맡겼다. 이후 이들이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병무청으로서는 `내가 알 바 아닌'구도가 됐다.

이런 구조라면 n번방 사건과 비슷한 일은 언제, 어디서든 터지게 마련이다. 충북이라고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사건이 터지자 사회복무요원의 관리에 손을 뗐던 병무청이 부랴부랴 개선책을 마련했다.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업무 부여를 금지하는 등 복무관리 지침을 전 복무기관에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회복무요원의 정보화시스템 접속, 이용, 복무기관 업무담당자 사용권한 공유가 금지된다.

병무청은 또 사회복무연수센터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강화하고, 전 복무기관을 대상으로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취급업무 부여 금지 등 기준 준수 여부를 조사한다고 한다.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점검을 병무청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일선 현장에서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관공서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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