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의 진화를 위하여
온라인 교육의 진화를 위하여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7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내가 인터넷 강의의 줄임말인 `인강'이라는 낯선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대입 수험생의 학부모였고, 당시 수능시험은 한국교육방송 EBS의 인터넷 강의와 교재의 중요성이 도드라지게 강조되던 시기였다. 당시 수험생 내 딸은 덕분에 학교 정규 수업 외에 틈나는 대로 `인강'을 들어야 했고,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담당해야 하는 나는 비싼 돈을 주고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Portable Multimidia Player)를 사주어야 했다. 그런 그녀가 요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대학 생활을 쩔쩔매고 있다.

일찌감치 온라인 강의를 택한 대학에 이어 초·중·고와 유치원, 어린이집에 이르기까지 공교육의 공간을 코로나19는 아직 선뜻 열어주지 않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고 온전하게 퇴치하기 위해 정부가 각급 교육기관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교육 대체 판단은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는 교육당국의 준비는 불투명해서 믿음직스럽지 않고, 따라서 대체로 불안하다. 이러한 조바심은 이런 일이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아무도 해법을 몰랐으며, 아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일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런 가보지 못했던 길을 택한 정책결정이 생생한 교육 현장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이 코로나19로 인해 비로소 드러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익숙할 만큼 학습되어 있고, 수없이 강조되어 왔던 `인강'과 온라인 학습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데, 이는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자랑이 무색하게 원격교육에 대한 공적 표준을 여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온라인 교육은 아직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았다. EBS를 활용한다는 개요만이 제시된 상황인데, 그 과정에서 밤새워 온라인 교육을 준비한 열정적인 교사들의 탄식은 안타깝다. 원격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진작부터 일상학습의 일부로 다뤄졌어야 하며, 수능 대비는 `인강'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친숙해 있음에도 공적교육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모순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온라인 교육은 당연히 오프라인 교육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학교와 가정,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는 교육공동체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더욱 공고해져야 하며, 앞으로 얼마든지 거듭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친근해지고 경제적 부담이 없으며, 보편화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화상 스트리밍 강의와 동영상 제작, 송출 방식의 표준화를 비롯해 온라인 학습 공동체의 구축 등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일들이 많기는 하다. 게다가 생활환경과 경제적 능력 및 신체적 장애 여부에 따른 평등한 교육 권리의 보장과 더불어 상호 소통이 가능한 플립러닝 등 인터렉티브의 역할을 갖출 수 있을 때 비로소 학교 안의 교육과 비대면 학교 밖의 교육이 상호 대체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도시 청주의 문화산업 핵심전략은 에듀테인먼트 콘텐츠이다. 교육(Education)과 재미·오락(Entertainment)의 융·복합 콘텐츠를 지향하는 전략은 첨단문화산업단지로 지정받을 당시 학습·게임 콘텐츠를 진화시킨 것이다. 2003년 무렵의 일로 기억되는데, 그때 나는 전략 과제를 바꾸는 등 관련 분야를 주도하면서 e-lear ning의 필요성을 끝내 유지하지 못했던 점이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아 있다. 아직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는 괄목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e-learning은 공적 교육의 표준을 만들지 못한 채 사교육 시장을 맴돌고 있다.

UN 산하 전기통신 관련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경제시스템을 폐쇄하지 않으면서도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감염병 확진자 수의 완만한 감소를 이끈 우리나라의 IT기술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학습은 뛰어난 IT기술의 기반이 있으므로 가능하다.

위기는 기회의 시작이다. 교육과 학습은 인류가 지금껏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고, 코로나19로 비롯된 온라인 학습은 한국인의 빠른 학습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또 다른 도약이 될 수 있다. 학교가 문을 열어도 온라인교육 일상화를 향한 진화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