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발생땐 사회적 손실·아내 욕되게 하는 일”
지역건설업계 대부로 활동 불구 조용히 장례 치러
지인들 원망섞인 전화에도 “이런 혼란한 시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느슨해지는 분위기에 큰 본보기
“아내를 먼저 보낸 처지에 신문에 나와도 되나 모르겠네.” 거듭된 취재요청을 뿌리치지 못해 자택방문을 허락한 ㈜청주아스콘 이종득 회장(79). 상처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쓸쓸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이 회장이 부인(故 임안홍 여사·74)을 여읜 것은 코로나19의 기세가 등등하던 지난달 30일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지만 가족을 빼곤 지역사회에 그의 부음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 회장이 부인의 부음을 집 밖으로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일이나 돌 잔치, 결혼 같은 경사는 `지독한'코로나 여파에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다. 인류적 재앙인 코로나19의 파고를 막을 기본 방파제가 `사회적 거리두기'인 만큼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그러나 애사인 부음은 사정이 좀 다르다.
장례문화 특성상 조문은 안 받더라도 부고(訃告)는 해야 하는게 예의이자 절차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부인의 부고 없이 3일장 내내 가족끼리 빈소를 지켰고 장례를 치렀다. 장례기간중 故 임 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직계가족 50명 내외가 전부였다.
“어머니 가시는 길에 혹시, 단 한 명이라도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다면 어머니가 편히 가시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아버님의 뜻이었습니다” 자식된 도리에 갈등이 컸다는 장남 종우씨(학원운영·46)는 “많은 조문객들의 애도속에 어머니를 보내고 싶었지만 아버님의 뜻이 더 옳다고 생각돼 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하고 아쉽죠. 가난뱅이에게 시집와서 고생만 하다 살만하니 병을 얻고, 그렇게 오랜 기간 병고생하다 갔으니….”
올해로 결혼 50주년이 된 이 회장은 “오는 11월 결혼기념일에 금혼식을 계획했는데 …”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30년 넘게 사업을 하느라 19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부인을 제대로 병수발하지 못했다는 이 회장은 사실 마음속 자책감으로 선뜻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활발한 사회활동에 충북 아스콘계의 대부로 불리만큼 지역 건설업계에 모르는 이가 없는 이 회장 입장에서는 심적 갈등이 더더욱 컸을 터였다.
이 회장은 `조문객 중 단 한 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온다면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대가가 너무 크고, 결국 아내를 욕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두 아들과 딸이 따라줬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취재도중 이 회장은 잇따라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 뒤늦게 부음을 전해 들은 지인들의 “왜 알리지 않았느냐”는 원망(?) 섞인 위로 전화였다.
“엊그제 모임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갔더니만…” 자꾸 걸려오는 전화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이 회장은 “이런 혼란의 시국에 부음을 내지 않은 일이 뭔 대수냐”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봄꽃 구경인파가 붐비고 코로나 확진자가 밖을 쏘다니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져 가는 분위기에 이 회장의 `코로나19 속 망부가(忘婦歌)'사연은 지역사회에 훈훈하게 회자될 듯싶다.
/오영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