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FoMO) 증후군과 비움
포모(FoMO) 증후군과 비움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0.03.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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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자신이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증상인 포모(FoMO)는 Fe ar of Missing Out의 약자이다. 우리 말로는 소외 공포증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포모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려는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홈쇼핑에선 지금도 이 전략을 사용한 매진 임박, 한정 수량 등 문구로 소비자를 자극한다. 그리고 지금은 결핍을 참지 못하는 현대인 단면을 노출하는 심리학적 용어로 사용된다.

마케팅 기법이었던 포모증후군이 부각된 결정적 계기는 SNS의 확산이다. 더 빨리 더 새로운 정보를 강박적으로 알고 싶기에 업무를 하면서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물건을 사든, 요리를 하든, 여행을 가든 사전 검색 없이 무턱대고 결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으로 여겨진다. 온라인을 뒤져보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정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최상의 정보들로 선택한 결과는 늘 만족스러울까?

심리학자 최진철 박사는 생각 외로 이러한 사람들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한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이상한 가짜뉴스 등에 민감하거나 집착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떨어진다. 대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현실과는 약간 괴리된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톡방에 소홀하면 대화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거나 사회적인 관계 혹은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상 SNS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면, 혹은 본인의 게시물에 `좋아요.'개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진다면 포모증후군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필요 이상의 과한 정보나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접하다.'라는 의미의`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줄임말이 대화나 채팅창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또는 누군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사소하고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듣는 이가 “티엠아이”라고 말한다. “그건 사생활 침해 수준이야”또는 “그런 정보는 알고 싶지 않아”라는 반응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인간의 유한한 인지 용량과 정보 처리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전달되고 유통되는 데 대해 이용자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반응해야 하게 되었다. TMI는 정보의 평등을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진정으로 가치 있는 정보의 선별은 더 어렵게 만들었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하는 것, 비워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이 존재의 용기이다. 존재의 충만함은 존재를 존재케 하는 절대 존재와의 조우를 통해서 가능할진대 그 존재의 충만함을 자기 안에 채우려면 비워야 하고, 비움에서 오는 불안함을 견디어내야만 한다.

시인 김춘수는 그 불안함을 `꽃을 위한 서시'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이 마음에 들어오면 정신적 고통과 관계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비워놓아야 할 마음의 여백이 사라진다. 물리학에서의 에너지 보존법칙이 마음에도 적용된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마음의 힘을 비축할 수 있게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참에 TMI로 부터 거리두기, SNS와 거리두기를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거리두기를 하다 보면 지금의 바이러스로부터 육체적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며 또한 비움으로 인한 존재의 성숙함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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