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발 묶인 건설사들…해외 건설현장 초비상
코로나19에 발 묶인 건설사들…해외 건설현장 초비상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3.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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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입국금지·제한조치 국가·지역 179곳 달해
휴가자 복귀 못하고, 남은 직원은 귀국 못하고

건설사들 고충 "코로나 19 장기화시 피해 커져"

국토부, 각국에 긴급 서한 보냈지만 효과 미지수



전세계 78억 인구의 발을 묶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각국에 현장을 둔 우리 건설사들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의 영항으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금지·제한조치가 걸리면서 국내에 잠시 귀국했던 근무자는 현장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아직 귀국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현장 직원은 현지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동제한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공기 지연 등 피해 규모가 '천재지변'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각국에 긴급 서한을 보내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은 총 179곳으로 집계됐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92%에 달한다.



이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카타르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 건설 텃밭인 중동 지역은 물론,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도 다수 포함돼 있다.



우리 건설사들은 각국이 높게 쌓아 올린 출입 문턱으로 현장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A건설사의 경우 휴가를 얻어 귀국했던 현장 직원 20명이 아직 출국하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이 건설사 전체 해외 직원이 약 5000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직원수가 3명에서 20명으로 늘고 있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B건설사는 아예 출장 금지령을 내려 현장 간 인력이동을 자제할 것을 전 부서에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의 현장 복귀가 늦어지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일단 현장에 남은 직원들로 정상적인 현장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일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스페인 등 유럽에 머물고 있는 구매·설계·대관인력을 모두 국내로 철수시켰지만 건설현장의 경우 인력을 보내지도 불러들이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인력제한 조치가 공기 지연 등의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현장 인력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는 이미 오랜 기간 비용절감 측면에서 우리 인력의 파견은 최소화하고, 해외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나타나던 시기 건설현장에서 중국 국적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데다, 각국의 이동제한에 걸려 제3국 노동자들마저 입국이 제한되면서 공사에 투입할 인력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인구 이동제한이 물류 이동제한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중동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플랜트 공사의 경우 유럽 등에서 생산한 기자재를 가져가 현지에 설치하는 것이 주된 공정이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이 같은 기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점차 글로벌화 되면서 각국에서 생산한 부품, 장비들이 국가 간 이동을 통해 기자재로 조립, 생산돼 세계 건설현장으로 이동하는 복잡한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으나, 기자재 생산 업체가 몰려 있는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건설시장이 멈춰 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리 건설사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최근 김현미 장관 명의로 이라크 등 중동과 아시아 지역 18개 나라에 긴급서한을 발송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한에는 ▲건강기록검진서 등을 제출한 한국 건설인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가해줄 것 ▲만약 입국허가가 어렵다면 각국이 진행 중인 입찰 일정을 하반기로 순연해 달라 ▲건설현장 인력 교체·투입이 어려워 공기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을 불가항력적 사유로 봐줄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교당국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제한 조치를 풀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건설업계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일종의 '지원사격'"이라며 서한 자체가 외교적인 압박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건설사들은 가까스로 벗어난 해외 부실 위기에 또다시 봉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서한 발송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발주처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에는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공사기간 연장과 더불어 추가비용 지급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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