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렵용 총기 관리체계 전면 손질해야
경찰, 수렵용 총기 관리체계 전면 손질해야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3.1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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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총 도난' 영동署 재발 방지대책 땜질식 처방
수렵기간 인력 태부족 … 입출고 절차 주먹구구
인력 적정 배치 등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 지적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속보=충북에서 발생한 `파출소 내 수렵용 엽총 도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총기 관리 체계를 전면 손질(본보 13·16·17일 3면 보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살상 무기가 경찰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 돌아다닌 만큼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영동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자체적으로 `수렵총기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

주요 골자는 총기 입출고 절차 강화다. 이를테면 총기가 무기고에 드나들 때 엽사 신분·총기번호 대조를 더욱 꼼꼼히 하겠다는 식이다.

영동서 관계자는 “입출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총기 도난 사건의 핵심 요지”라며 “우선 기존 지침을 강화하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해 하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 진일보한 재발 방지책이 필요한 시점임을 고려하면 해당 대책은 `재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부터 경찰 수렵용 총기 입출고 절차에는 총기 출고 시 경찰관이 직접 △신분·음주 여부 확인 △총기 반출 △수렵안전수칙 교양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파출소 내 총기 도난 사건은 부실한 매뉴얼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관리 인력 적정 배치 등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었다.

단적인 예로 도내 순환수렵장 운영 기간(2019년 11월 28일~올해 2월 29일), 영동경찰서에 입고된 총기 수는 900여정에 이른다.

사건이 발생한 황간파출소에서만 하루 평균 84정에 달하는 총기가 드나들었다.

통상 총기 1정당 출고 시간은 최소 3분이다. 이로 미뤄볼 때 84정을 내보내는 데에는 252분(4.2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황간파출소는 경찰관 3명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씩 업무(3조 1교대)를 보고 있다. 수렵 기간엔 관리반 1명을 제외한 순찰 인력 2명이 총기 출납 업무까지 떠맡아야 한다.

수렵용 총기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관리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구대 경찰관은 “지침을 강화한다 해도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며 “현장 경찰관들이 총기 입출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유를 정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총기 도난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총기 출납 시스템은 물론 인력 등 전반적인 사항을 세밀하게 살펴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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