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주목한 코로나 대응
외신이 주목한 코로나 대응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3.09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TV에 비친 지난 주말 열린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장 모습은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이날 리버풀과 본머스 등 20여 팀의 경기가 열린 경기장 곳곳에 운집한 수십 만명의 관중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맞닿을 정도의 좁은 경기장 관중석에 자리한 팬들은 90여분 내내 선수들을 응원하며 목청껏 `침 튀기며' 외치고, 환호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구 반대 편 쪽 동아시아의 한국. 전혀 다른 모습이다. 리그 경기가 한창인 농구와 배구 등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다 급기야 경기가 전면 중단됐다. 개막일을 잡아놓았던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도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스포츠 경기는커녕, 2020년 봄을 맞은 한국은 온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세상이 돼 버렸다. 한민족이 나라를 세운 이후 역사상 처음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 엄마 등에 업힌 갓난아기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약국과 농협, 우체국은 마스크 배급을 받으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그나마 줄 선 이의 절 반 이상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은 지난 1월 20일이다. 이날 오전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 출신의 35세 여성이 질병관리본부의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때는 중국에서 이미 사망자가 수 명 발생하고 확진자가 70여명을 넘은 때 였다. 이때가 골든타임이었던 것같다. 춘제(우리의 설 명절 연휴)를 맞아 한국에 대거 중국인들이 입국한 시기였으니 말이다.

인천의 3번 확진자 A씨(58)의 동선을 보면 그래서 아쉬움이 더하다. 관광해설사인 그는 지난 1월 23~26일 서울 창덕궁과 경복궁에서 우한 등지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을 안내했다. 이후 1월 31일 부터 인후통을 호소하며 보건소 등에 검사를 요구했으나 두 차례나 묵살됐다. 이후 사설 병원에서 약만 타먹던 그는 결국 20여일을 앓다가 지난달 25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스스로 의심 증세를 느끼고 신고한 지 23일 만이다. 그러는 사이 국내 확진자 수는 11명(1월 31일 기준)에서 7300여명(8일 현재)으로 70배 이상 늘었다.

한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세계적으로 고립 국가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생겼다. 9일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103개 국가. 유증상자가 아닌데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 공항에서부터 강제 격리돼 수모를 당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 언론이 한국의 수준 높은 `코로나19 대응'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유수의 언론들은 최근 `한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검사 능력을 미국이나 일본 등이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보건전문가들도 한 입으로 한국의 진단과 대응을 칭찬했다. 정부의 투명한 현황 공개와 한국인의 적극적인 (감염 예방) 캠페인 참여도를 주목했다.

반가운 소식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국내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0여일간 매일 500여명을 넘나들던 확진자 수가 8일을 기점으로 300명대, 9일엔 100명대 이하로 크게 줄었다. 보건당국이 계속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온국민의 감염 예방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친 김에 우리 손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 세계의 근심꺼리를 없애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