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결단 절실하다
종교계 결단 절실하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2.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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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신천지교회를 대표하는 이만희 총회장은 “지금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신천지의 급성장을 저지하려는 마귀의 짓”이라고 했다. 신천지 교단은 지난해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 교회를 세웠다. 신천지의 세계화에 마귀가 놀라 제동을 걸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책임을 돌릴 곳이 생기는 중국 정부가 혹할 말이기는 하다. 총회장이 마귀의 흉계를 미리 간파해 속세에 알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긴 하지만, 예배를 봤을 뿐인 교회에 뜻하지않은 결과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마귀의 소행이라는 총회장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우선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발화한 코로나19의 확장세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크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어 정부가 낙관론을 펴던 시점에 터지는 바람에 국민의 낙담은 더 크다. 23일 오전까지 집계된 국내 확진자는 556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6명이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이다.

대구시가 관내 신천지 신도 9336명을 전수조사 한 결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인원이 1261명에 달했다. 연락이 되지않아 소재 파악이 안되는 신도도 710명에 달한다. 곳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다닐 잠복환자들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전체 확진자는 더 늘어나고 신천지 관련 확진자 비율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단에 부탁드린다. 이 마귀를 단박에 퇴치할 수 있는 비책이 없다면 정부의 예방시책에 적극 협조해 국민이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길 바란다. 지금 자영업자나 일용 노동자들은 손님과 일감이 끊겨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재차 밝히건 데, 신천지에 책임을 묻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가장 유효한 정보와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단체로서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길 바랄 뿐이다.

23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가 열렸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서울시의 광화문 집회금지 방침과 경찰의 사법처리 공언에도 아랑곳 없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는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이야말로 진짜 기독교인”이라며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 중에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다면 다음 주에 다 예배에 오라. 주님이 고쳐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주최 측은 80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참가자들 중에는 60대 이상 노인들이 많다. 전 목사는 야외 행사라 전염 가능성이 낮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노인들의 취약한 면역력을 헤아려야 한다. 자칫 문제가 생기면 전 목사의 숭고한 우국충정이 폄훼될 수 도 있다. `하느님까지 쥐고'사시는 분이 세속의 하찮은 구설에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해서 전 목사께도 부탁드린다. 수렁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대역사는 잠시 미루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을 찾아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시길 바란다. 집회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충북 옥천군의 성당 3곳이 다음달 22일까지 아예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역 불교계도 사찰 행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기독교계도 예배 등의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김재종 군수가 주말인 지난 22일 지역 종교계 인사 6명을 급히 만나 간청한 결과이다. 옥천은 아직 코로나19에 뚫리지 않은 지역이다. 단체장의 발빠른 행보에 종교계가 지혜롭게 화답했다. 종교인들의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옥천군이 해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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