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도 꽃이다
상처도 꽃이다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0.02.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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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어떤 사람이 뭔가를 당신보다 잘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당신보다 그 일에서 더 많은 실패를 맛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텍사스 주 출신의 1984년생 마크 맨슨이 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신경 끄기의 기술』의 한 문장이다.

요즘 딸아이가 읽는 이 책은 출간 후 아마존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30대 사이에 가장 핫한 인기도서로 주목받고 있다. 잃을 게 없어서 두려운 게 없었다던 저자는 이미 바닥에서 출발했으므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점에서 자신을 행운아로 구분했다. 며칠 동안 이 책에 몰두하던 딸아이가 엄마도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인문학, 철학, 고전서도 좋지만, 실제 삶 속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실용서들을 읽고 써보라고 주문한다.

산업화 시대, 비슷한 성장 단계를 거치면서 노력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던 어른 세대와는 달리 지금 자기 또래들은 낭만과 노동 사이를 오가며 해먹 위의 여유를 부릴 틈도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순서로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야근까지 해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으며 삶은 개미 아니면 베짱이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베짱이로 살기는 어려운 일이고 차라리 `나 혼자 산다'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딸아이 방 한편에 책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다리를 다쳐 집에서 쉬는 바람에 책을 맘껏 읽었노라며 이 고난이 전화위복의 기회였다며 자위한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딸아인 퇴근길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허벅지 골절 수술을 하고 집에 내려와 1년째 케어를 받는 중이다. 딸아이는 실패와 경험은 주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마이클 조던의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라는 성공담을 들려준다. 부모가 출근하고 없는 그 빈 시간에 책으로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안으로 성장한 흔적이 놀랍다.

요즘 딸아이가 읽는 책들은 대부분 절망에서 살아남기 같은 자기계발서들이다. 고난을 통해 새롭게 성장한 딸아이의 모습에 고난도 마이너스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는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익히며 살아가겠다는 아이,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서 딸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따금 기획사로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받을 정도로 외모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살았는데 요즘은 180도 바뀐 모습을 본다. 화장품 대신 책을 사들이기 바쁘고 연예인 대신 작가에 대한 관심사가 높다. 30대의 젊은 작가 마크 맨슨의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고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딸아이는 1년 전 사고로 허벅지 골절상을 입었을 때 자신의 전부를 다 잃은 듯 절망했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과 긴 시간 독서를 통하여 내면의 미를 가꾸면서 새롭게 자아를 포맷해 나갔다. 상심하며 흘리던 눈물이 미소라는 결정체로 만들기까지는 독서를 통한 자기검열과 긴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은 가벼운 클릭 한 번으로 오지 않는다.

경험한 만큼 실패는 줄고 고통받은 만큼 감동은 크다. 딸아이가 겪은 사고를 통해 소나무에 난 옹이처럼 상처도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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