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충격 … 확산 공포에 `올스톱'
지역사회 충격 … 확산 공포에 `올스톱'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2.23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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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첫 확진자 발생지 증평 가보니...
대로변 상가 개점휴업·전통시장 상권 초토화
군립도서관 휴관·프랜차이즈 커피점도 썰렁
종교시설 활동폭 크게 ↓ … 종식만이 유일한 길
증평에서 도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이틀째인 22일 썰렁한 증평장뜰시장, 텅 빈 증평읍 한 유명 대형 커피전문점, 임시휴관한 군립도서곽ㄴ 모습. /조준영 기자
증평에서 도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이틀째인 22일 텅 빈 증평읍 한 유명 대형 커피전문점, 썰렁한 증평장뜰시장, 임시휴관한 군립도서관 모습. /조준영 기자

 

“코로나19가 평화롭던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어요.”

도내 첫 코로나 확진 환자 발생지인 증평이 `확산 공포'에 잠식당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시민 불안감은 날로 커져 일상을 멈춰 세웠다.

지난 22일 낮 증평읍 거리에선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군청 주변 대로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번화가는 텅 비어 적막감만 흘렀다.

길거리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72·남하리)는 “농번기 때 쓸 씨앗을 사러 어쩔 수 없이 읍내에 나왔다”면서 “자식들이 나가지 말라고 말리는 걸 간신히 뿌리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짧은 말 한마디를 남긴 박씨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 점심 시간대, 평소라면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대로변 상가는 `개점 휴업' 상태였다.

한 패스트푸드점은 손님보다 직원 수가 많았다. 몇 안 되는 손님은 마스크를 쓴 채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이마저도 포장 주문이어서 매장 안에 흐르는 썰렁함은 가시지 않았다.

지역경제 바로미터인 전통시장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장기불황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서다.

절반으로 줄어 있던 매출은 또다시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상인 대부분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증평 중심에 자리한 장뜰시장에선 손님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상가 안 상인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진열대에 올려놓은 상품만 연신 뒤적였다.

마수걸이조차 하지 못한 상인 몇몇은 옹기종기 모여 신세 한탄에 열을 올렸다. 45년째 혼수품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장 서는 날(1일·6일)에도 손님이 없는 현실인데 코로나까지 겹쳐 더욱 난감하다”며 “간혹 찾아오는 손님들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지 필요한 것만 산 뒤 서둘러 자리를 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뜰시장 상인회는 자구책으로 방역 활동, 소독용품 지원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태 심각성에 비춰볼 때 발길을 끊은 손님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전승열 장뜰시장 상인회장은 “사람이 다니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나, 세계적이고 전국적인 감염병에 상권까지 죽는 꼴”이라며 “고객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온갖 방책을 짜내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어선 신(新)시가지마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일례로 증평군립도서관 맞은편에 있는 유명 대형 커피 전문점은 코로나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

도서관 이용객은 물론 인근 주민이 공부방이자 사랑방 삼아 이용하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도서관이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임시 휴관에 들어가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요식업계에선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청주지역 확진 환자 2명이 증평 내 한 칼국수 집에 다녀갔다는 소식에 주변 식당가도 유탄을 맞았다. 일부 식당은 인건비 문제로 임시 휴업이나 영업시간 단축을 계획하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점심은커녕 저녁 시간대조차 찾는 손님이 없다”며 “매출 하락이 계속 이어지면 영업시간을 줄이던지 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종교시설도 활동 폭을 크게 줄이고 있다. 신도 수백 명이 몰리는 특성상 코로나19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어서다.

신도 600여명이 다니는 증평제일교회는 지역에서 주일 예배를 비롯해 새벽 기도회, 수요 예배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교회 건물 출입도 통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처음 열리는 23일 주일 예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중계로 대체했다.

제일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예배 등은 당분간 드리지 않기로 했다”며 “지역 전체가 위기에 직면한 만큼 사태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증평지역에 걸린 `일시 정지'. 현재로선 `사태 종식'만이 멈춤을 풀 유일한 열쇠로 보인다.

청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말인 22일 청주지역 거리와 상가에는 인적이 크게 줄었다.

청주시내 거리에는 보행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마스크를 쓴 시민의 모습이 부쩍 늘었다.

영화관도 주말이지만 찾는 관람객이 줄었다.

한 음식점 업주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장사가 잘 되지 않는데 청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면 임대료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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