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그 나물에 그 밥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1.29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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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식상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권의 시계는 호랑이에게 쫓기듯 빨라진다.

여·야 할 것 없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한두 번도 아니니 실망할 일도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온 사회가 혼돈에 빠졌는데 정치권은 비상사태에도 굳건하다.

여전히 싸우고, 흠집 내고, 비방을 멈추지 않는다.

각 정당이 열을 올리고 있는 인재 영입만 봐도 그렇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어디서 잘도 찾아낸다.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를 지닌 인물부터 화려한 스펙을 지닌 `사((師)'자 직업 출신도 여럿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이력을 지닌 인물이 많다 보니 각 정당이 영입한 인사를 두고 깜짝 스타라고 부른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발표한 영입 인재는 14명이다.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물러난 원종건씨를 제외하면 13명이다.

민주당 영입 인재 1호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은 발레리나의 길을 걷던 2003년 24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꿈을 접은 최 이사장은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교재개발, 프로그램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민주당을 믿고 감히 이 자리에 나섰다”면서 “제가 아닌 이 땅 모든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29일 기준으로 영입 인재 7호까지 발표했다. 역시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씨를 비롯해 북한인권 활동가, 공익신고자, 산악인 등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 대부분이다.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는 초등학교 시절 테니스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을 받았고 10여 년 뒤 증거와 증언을 모아 고소,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제 상처가 가시기도 전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이들의 아픔과 상처에 감정이입돼 힘든 나날을 보냈다”며 “인권 문제에 있어 당의 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인권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역시 다문화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씨를 비롯해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혜영 감독, 재벌 갑질을 폭로한 전 항공사 승무원 박창진 씨,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김조광수 감독 등 비례대표 주자로 나선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정치권도 스토리에 집착하고 있다. 스토리가 없으면 인재 영입 대상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다.

국민을 살맛 나게 해줄 예비 정치인을 발탁할 줄 알았더니 역시 정치권에서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스토리만 찾느라 애를 쓴다.

영입인사로 이름을 올린 예비 정치인 중 몇 명이 국회 배지를 달지는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속는 셈 치고 믿고 싶다. 영입한 인재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소신대로만 정치활동을 할 것이라고. 그렇다면 국민의 입과 귀가 되어주지는 못해도 정당을 위한 앵무새 노릇은 안 할 것 아닌가. 정치는 쇼가 아니다. 보여주기 식으로 영입 인재를 발표하면 지지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등 돌리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언제쯤 헤아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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